무단결석 58일, 퇴학 위기… 정훈이에게 연락이 왔다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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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7
스스로 원해서 입학한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공업고등학교의 아이들은 어떻게든 빨리 학교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공고 교복이 낙인이 되어 “꼴통”이니 “공돌이”니 하는 모욕의 수근거림을 몇 번씩 들으며 학교를 다녔으니, 그 심정도 이해된다.

하지만 무슨 마음인지 아이들은 졸업 후엔 공고를 그리워하며 꼭 한 번 쯤 학교를 찾아온다. 대개는 한두 번으로 그치지만, 인연이 길게 이어져 술친구처럼 지내는 제자도 더러 있다. 강정훈(가명)은 후자에 속하는데, 최근에도 연락이 왔다.

“선생님 잘 지내시죠? 저랑 선우(가명)랑 찾아뵐라 카는데요.”

“오~ 정훈이 오랜만이네. 근데, 느그 또 술 먹고 싶어서 전화했나?”

정훈이는 속내를 말하지 않았다. 술집에서 마주 앉아서도 한동안 그랬다. 정훈이와 선우는 두 손으로 받은 술을 90도 이상 고개를 돌려 천천히 마시고, 공손하게 잔을 내려놓았다.

“샘, 어서 드세요.”

녀석들은 내가 먼저 안주를 먹기 전까지 젓가락을 드는 법이 없다. 편하게 하자고 해도 어디선가 배우고 익힌 자신들만의 예의와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선생님, 저 벌써 28살이 되었습니다. 그때 선생님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얘가 왜 이러나 싶어 나는 술을 들이켜고 정훈이를 빤히 바라봤다. 표정을 보니 돈이 궁해 찾아온 건 아닌 건 분명했다. 괜히 어색해질까 봐 내가 크게 말했다.   

“뭐라카노! 니 때문에 샘이 얼마나 학교생활 편하게 했는데. 하하하.“

정훈이는 나만큼 웃지 않았다. 내 머릿속처럼 녀석의 내면에서도 여러 기억이 밀려오는지 별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 정훈이의 학교생활과 녀석과 관계된 나의 교직생활은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 시절, 큰 파도가 우리를 수시로 덮쳤고 그 중 몇 번은 쓰나미처럼 거대했다.
한 공업고등학교에 기능대회, 각종 운동 경기대회에서 선배들이 수상한 메달이 전시돼 있다 ⓒ셜록
짧은 머리에 팽팽한 피부, 넓은 어깨를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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