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절망", 표백세대의 자살 투쟁 - 장강명, <표백>

메리 오닐 · 메리 오닐
2023/11/01
장강명, <표백>

"하얀 절망", 표백세대의 자살 투쟁 - 장강명, <표백>

‘스무살 담론’, ‘청년 담론’은 장강명 이전부터 다수 존재해왔다. 현 청년 세대를 한 단어로 정의하거나 혹은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사회에 던져진 청년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거나 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장강명 작가는 이와는 대척점에서 ‘하얀 절망’으로 현 청년세대를 정의하고 지금의 표백되어야만 하는 사회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서술한다. 

<표백>에서 등장하는 2030세대는 현시대가 너무나 완벽해서 ‘망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엘리트의 반열에 들고, 자살한다. 이에 공감하지 못하고, ‘도전’, ‘열정’과 같은 가치를 탁상공론하는 486세대와 표백세대는 이분법적으로 명백히 구분된다. 작품의 주제는 소설 속 자살동반카페의 이름 ‘와이두유리브닷컴’과 같이 ‘무엇을 위해, 왜 사는가?’에 실존에 대한 철학적인 문제이다. 이 때문인지 작품 속의 인물은 ‘적그리스도’, ‘소크라테스’등 철학자의 별칭을 가진다. 

작품 속의 문제의식은 현 대학생의 신분으로서 종종 가졌던 실존적인 문제의식들과 맞닿아 있다. ‘인공지능을 공부해야만 하는 국어국문학과 학생’. 인공지능분야가 각광받으면서 취업이 어려워진 인문대학생들은 ‘파이썬’이니, ‘C언어’니 하는 컴퓨터언어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학에서도 이를 적극 지원하는 추세이다. 물론 지금도 전공을 살려 진로를 찾는 인문학도들도 있겠으나, 위의 사례처럼 인공지능이나 상경계열 복수전공으로 취업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 역시 인문학도로서 현실과의 괴리를 느꼈던 적 또한 빈번하다. <표백>은 인공지능을 배우는 국어국문학도가 ‘표백’된 것인지 혹은 변화하는 세상에 빠르게 발맞추어 ‘적응’하는 것인지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소설이 큰 틀에서 ‘표백세대’라고 하는 새로운 청년담론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담론이 그렇듯 거시적인 태도를 취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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