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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습니다] 학폭, 법만 바뀌면 될까?
2023/10/26
학교는 아프고, 법은 이상합니다
안녕하세요. 박상수 변호사입니다. 2017년부터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고, 올해 7월부터는 초등교사노조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7년간 다양한 학교폭력 사건들에서 오직 완전한 학교폭력 피해자만을 법률 대리했으며 그 과정에서 가해자나 그 부모로부터 아동학대, 무고,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당한 선생님들과 피해자 부모들을 법률 대리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피해 학생 법률대리인으로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에 다녀왔습니다. 가해 학생이 꽤 힘 있고 돈 있는 집안이었는데요. 가해자 측에선 피해 학생을 위해 학교에서 진술했던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다가 변호사가 작성한 진술서를 그대로 쓰라고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제게 "학교에서 학교폭력 조사를 너무 기계적으로 하는 것 같았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학교폭력을 제대로 조사하다가 아동학대로 고소당한 교사들이 많아서 그럴 것이라 답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법이 이상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오늘 가해 학생의 처분이 나오면 "친구들에게 이야기해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완벽한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으로 수사를 받을 수 있다"고 답변해 주었습니다. 공익성이 인정된다면 처벌 받지 않지만 공익성 인정 여부도 수사를 통해서 확인해야 한다고요. 피해 학생은 더욱 아리송한 표정으로 법이 정말 이상하다고 말했습니다.
@마루쉐
1. 동감합니다. 그리고 그 경계는 가급적 정교하고 정확하게 사전에 규정되어야 하겠습니다.
2. 피해자들에 대한 국선변호인 제도 도입을 그렇게 외쳤는데 지난 봄 교육부 대책은 마을변호사 지원이었습니다 ㅠ 태블릿 PC 학생들에게 나눠줄 돈이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돈이 있을텐데요.
3. 동의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해자들의 교육권과 인권을 너무 보호해서 결국 피해자들이 학교를 떠나가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4. 현재 학폭위 개최까지 최초 신고에서 평균 3개월이 소요됩니다. 신고하고 처분을 받는 것을 기다리는데도 학교에서 3달을 가해자와 얼굴을 맞대야 하는 것이지요. 신속한 처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데 점점 거꾸로만 갑니다.
5.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악법입니다.
1. 경미한 수준의 학교폭력은 교육의 차원에서 다룰 수 있도록 하면서, 범죄 수준의 학교폭력은 SPO(학교전담경찰관)와 법원의 역할을 확대하여 확실한 처벌과 교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할 경우 관련자들의 책임 또한 강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흐지부지하게 넘어가거나 덮으려고 할 경우 직위해제나 처벌 등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2010년대 중학교를 다녔을 때 피해학생이 상담선생님께 도움을 청했지만 선생님은 오히려 가해학생을 두둔했고 그로인해 피해학생은 체념하고 오히려 가해학생이 당당해지는걸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났습니다.
2. 현재 우리법은 피해자보호보단 오히려 가해자를 보호해주는 장치로써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됩니다. 학폭 뿐만 아니라 소년재판의 경우 모순적이게도 피해자를 대변해주는건 아무도 없고 오히려 가해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됩니다. 법테두리에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울타리가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이 됩니다.
3. 권위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학교 선생님 뿐만 아니라 나라일을 하는 공무원, 경찰관, 소방관, 군인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사회는 우습게도 갑질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갑질을 해도 참고 비위를 맞춰야합니다. 예시로는 불법주정차로 딱지를 끊었는데 민원을 넣고 진상짓을 해서 오히려 맡은 바 열심히 일한 사람이 사과하고 끊었던 딱지를 취소해주는 일이 있었습니다.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장치가 없습니다.
이는 학교 선생님도 동일합니다. 조금이라도 학부모 마음에 들지 않은 행동을 하든지 꼬투리라도 잡히면 그 갑질은 선생질을 그만할 때까지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된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그러한 행위를 할 수 없게 해야됩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의 개인번호등 개인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못하게 하고 학교 전화로 근무시간 내에서만 통화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학교를 찾아오되 선생님에게 언어폭력이나 신체적 접촉을 못하게 해야하며, 외국의 학교시스템처럼 아이가 학교생활을 방해할 경우 여러차례 경고를 주었음에도 바뀌지 않고 집에서도 훈육을 하지 않는 경우 학교를 옮기게 하가나 홈스쿨링을 하는 식으로 해야된다고 생각됩니다. 반대로 선생님들또한 과거처럼 신체적폭력, 언어폭력을 못하게 해야할 것입니다.
4. 학교폭력의 경우 지체없이 바로바로 처리될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대학입시시즌일 때에는 학교폭력조사가 진행되어 서류에 기재가 되지 않을땐 지원할 때 필수로 이러이러한 일이 진행중이다 라는걸 제출할 수 있게 하먼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 경우 그만큼 처벌도 더 강하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5. 개인적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폐지되는게 좋겠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걸로 인해 발생되는 이익보단 손해가 더 크다고 생각됩니다..
@ocean0220 저 역시 9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정말 많이 맞아죠. 저는 중학교때 3년동안 반장을 했는데 반에서 누구 하나 잘못하면 반장이 무조건 연대책임으로 맞아야 하는 학교를 다녔습니다. 중학교때 저희 어머니께서 울면서 시퍼렇게 멍든 제 엉덩이에 안티푸라민을 발라주던 기억이 납니다.
이러한 체벌이 완전히 추방된 것에 대하여 저는 그런 면에서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촌지가 근절된 것도 찬성합니다. 다만 학교폭력의 1차적 지도와 조사를 할 선생님들의 권한만큼은 남겨뒀어야 합니다. 지금은 사이버 학교폭력을 조사하던 선생님이 학생의 스마트폰을 조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선생님이 아동학대로 고소당해 수사를 받고, 친구의 뺨을 때린 학생을 교장선생님에게 보내 지도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로 고소당해 수사받고, 또 민원에 시달리다 선생님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그런 세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의 학교를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속 세계나 국가가 소멸되어 내전에 빠진 소말리아와 같은 무정부 상태라고 봅니다. 이러한 무정부 상태에서는 결국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까워질 수 밖에 없고 오직 힘의 논리만이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힘의 논리만이 작용하는 학교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평범한 학생들과 약한 학생들입니다.
아동의 인권을 지킨다는 사람들이 아동의 인권을 극단적으로 지키려고 제도를 만든 결과 역설적으로 가해 아동의 인권만 지키고 피해 아동은 어디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게 만드는 세상을 만든 것이지요.
법의 균형을 상실한 것. 법과 제도에 대한 맹목적 증오로 대안도 없이 권위와 권한을 전면 해체시킨 것. 제도에 대한 악의가 역설적으로 약자들부터 무너뜨리는 것.
현재의 학교는 정말 많은 지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생각합니다.
@한이로 과거의 학교는 학교 선생님과 학교 내부에서 자치적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소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국적으로 불공정한 문제도 있었고 또 선생님들의 횡포(?) 같은 것도 매우 심했지요. 그 부분들을 일괄적으로 법제화한 것이 2012년의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을 통한 학폭위 의무화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 준비도 없이 이러한 법제화를 시행했고, 일반적인 영업정지나 과태료 처분 취소 사건처럼 학교폭력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들이 대거 블루오션이라 생각하고 시장에 진입하면서 선생님들이 쟁송의 대상이 되고 분쟁의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학교 내부에서 학교폭력을 다룰 권위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한마디로 무정부상태가 되었는데 관청이나 관군이라 할 학폭위는 최근에는 신고후 3개월은 지나야 겨우 개최되는데 3개월이면 한학기의 절반이 지나갑니다. 이러니 대부분의 학폭은 치유는 커녕 그냥 그 상태로 방치가 되고 피해자들이 전학을 가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방향으로 갑니다.
저는 학교폭력 문제의 법제화에 대해서는 그래도 의미가 있었다 생각합니다. 체벌 추방은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그러나 아무런 새로운 권위를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권위를 일방적으로 해체한 것은 큰 잘못이었다 생각합니다. 이것은 이런 것과 같습니다. 북한이 있는데 우리나라 국군을 해체한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게 아무리 평화주의라는 이상을 위해서였다 해도 이것은 더 큰 악을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이었습니다. 이제라도 평범한 학생들과 피해자들이 기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내야만 합니다.
@JoR 1. 현재까지는 그런 공간이나 자리가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별개의 문제로 다뤄져 왔지요. 사실 그동안은 명망가들의 학교폭력 사건 위주로 선정적 관심이 이뤄져 왔는데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의 관심과 연구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학교는 약하고 평범한 학생들이 기댈 권위를 모두 해체한 사실상의 무정부상태입니다. 이런 무정부상태에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우니 무법천지의 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이구요. 이러한 무정부상태를 종결시키고 제대로 된 안전망을 만드는 일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2.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일은 분리였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부탁하여 2학기에는 과학고 준비반이란 명목의 분리를 결국 성취해 냈고요. 그후로는 좀 나아졌습니다. 제가 학교폭력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 분리라는 것을 계속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런 경험에서 기인합니다. 사과는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후 저와 그 가해자들의 삶의 경로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서로 만날 일도 없어지는 등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역시 일종의 분리를 통한 해결이라 하겠습니다. 저는 다행히도 사회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완벽한 분리를 통해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런 행운이 모두에게 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이상론적인 치유, 화해, 용서 이런 말보다 최소한 분리는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이 반성도 하지 않는데 치유, 화해, 용서따위 이야기 하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을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개인적 차원에서 매일같이 느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9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때는 교사의 권위가 높다못해 전제적일 정도라 저희는 매일같이 교사의 폭력에 시달렸어요. 막말과 성희롱과 기합과 회초리 등등. 왜 맞고 왜 욕을 먹는지도 모르고 당했죠. 그런데 오히려 그때는 학생 사이의 학교폭력은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 눈에만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학생들이 교사의 폭력을 교육부에 직접 고발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춰지고 휴대폰이 일상적으로 보급되면서 교사들이 소위 '몸사린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어요. 그래서 세상이 그래도 좀 나아지고 있구나 하고 안심했는데 얼마 안돼서 학생들이 반대로 그 제도를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교사를 고발하는 일에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더라고요.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저는 학교폭력이 경쟁 속으로 아이들을 몰아넣는 사회 전체의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학생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교사의 부당한 권위를 제한하는 과정에서 너무 단편적인 규제만을 강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학교폭력을 1차로 예방하고 조정해야 하는 사람이 교사인데 교사의 손발을 묶어버렸으니까요. 불평등한 관계에서 평등한 관계로 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위에 있는 사람이 한발 내려오는 것이 맞겠지만 우리나라는 특히나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를 제거하기 위해서 한쪽을 확 끌어내려버리는 해결책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학교폭력 자체의 처벌기준 등도 변화해야겠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거시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변호사 님은 근본적으로 이 사회의 어떤 점이 바뀌어야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보시는지요.
제 생각은 역시 학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제일 커보입니다. 저 어렸을때는 학교가 작은 사회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안에서 해결이 가능했던 것 같거든요. (물론 법적 해결이 필요한 큰 일이 생겼을 때를 제외하고 말이죠) 왜 언제부터 이렇게 학교의 역할이 작아진거죠? 아님 정말 학교에서 컨트롤이 안될만큼 아이들이 미디어와 환경의 영향으로 악랄해진걸까요?
Q. 글과 답변을 쭉 읽어나가다보니 이 문제는 피해자를 위한 안전망과 교사 분들을 위한 안전망이 함께 작동해야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문제로 느껴집니다. 혹시 이 두 영역이 서로 함께 이야기하고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논의의 공간이나 협업체 등이 있나요?
Q. 변호사님도 학교 폭력 피해를 겪으셨고 그것이 이 일을 시작한 계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조금 개인적인 질문이 될 수 있습니다만(혹 불편하시면 답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변호사님은 가해자의 사과를 받으셨나요? 그리고 당시 변호사님은 일상을 회복하는 데 가장 필요했던 게 무엇이었나요?
@굿데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시는 것이 맞습니다. 학폭위 의무개최가 2020년까지였고, 2020년부터는 학교장 종결처리제도가 있으나 피해학생이나 그 부모가 원하면 무조건 학폭위로 갑니다. 사실 화해 중재에 대한 시스템이 전무한 것이 현재 제도인데 그로 인한 난맥상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범죄 수준이 아닌 경미한 학폭은 화해 중재와 교육으로 가도록 하고 범죄 수준의 학폭은 확실한 처벌로 가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며, 그 경계에 대한 보다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실현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kse4783 학교폭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해자를 즉각 분리하는 것과 피해자가 납득할만한 처벌이 가해자에게 이뤄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느끼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분리인데 이것이 잘 안되고 있습니다. 즉시분리가 3일에서 7일로 늘었다 하여 일주일 정도 안본다고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잘 지내리라는 것은 정말 말이 안되는 일입니다. 학폭위에서 가해자와 분리가 가능한 처분은 7호처분인 학급교체 이상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성폭력, 흉기를 이용한 폭력, 집단 폭력 이 세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교폭력은 학폭위 처분 이후 같은 공간에서 피해자가 지내야 합니다. 그나마 그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이나 심판을 청구했을때 집행정지될 비율은 3분의 2가 넘지요. 천신만고 끝에 학폭위서 처분을 받아도 불복하면 3분의 2는 집행정지가 되고, 학폭위 처분 사실을 주변에 알리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역으로 고소를 당합니다. 제가 올해 봄에 그런 이유로 고소당한 선생님과 피해학생 부모를 무혐의 받아냈는데 가을이 되니까 가해자 부모가 무혐의 불송치 경찰 결정에 대해 검찰에 이의신청을 하더군요. 그러다가 얼마전에 갑자기 공소권 없음을 받았는데 보니까 고 표예림씨 사건이 나고 학교폭력이 다시 관심사가 되니까 가해자 부모가 이의신청을 철회하고 처벌불원을 한 것이었습니다.
무섭지 않나요?
가해자와 그 부모들은 법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합니다. 피해자들은 항상 최악에서도 가장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최선의 법적 다툼을 준비해야 겨우 원하는 수준의 절반 정도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초반부터 법적 조력을 받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구요. 그러나 대부분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받지 못합니다. 그 이후 세상을 뜨는 피해자와 그 부모님들을 지난 7년간 너무 많이 봐 왔구요.
절망적인 이야기만 드려서 죄송하지만 실제로 절망적입니다. 이젠 학폭을 다루시던 선생님들이 돌아가시고 계시죠. 요즘 돌아가시는 선생님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하시다가 가해자 부모 등에게 시달리신 경우가 많습니다.
이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교직을 지망하신다면. 제대로 된 법제화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계속 법제도에 관심을 가져 주셔야 합니다.
@마루쉐
1. 동감합니다. 그리고 그 경계는 가급적 정교하고 정확하게 사전에 규정되어야 하겠습니다.
2. 피해자들에 대한 국선변호인 제도 도입을 그렇게 외쳤는데 지난 봄 교육부 대책은 마을변호사 지원이었습니다 ㅠ 태블릿 PC 학생들에게 나눠줄 돈이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돈이 있을텐데요.
3. 동의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해자들의 교육권과 인권을 너무 보호해서 결국 피해자들이 학교를 떠나가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4. 현재 학폭위 개최까지 최초 신고에서 평균 3개월이 소요됩니다. 신고하고 처분을 받는 것을 기다리는데도 학교에서 3달을 가해자와 얼굴을 맞대야 하는 것이지요. 신속한 처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데 점점 거꾸로만 갑니다.
5.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악법입니다.
@ocean0220 저 역시 9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정말 많이 맞아죠. 저는 중학교때 3년동안 반장을 했는데 반에서 누구 하나 잘못하면 반장이 무조건 연대책임으로 맞아야 하는 학교를 다녔습니다. 중학교때 저희 어머니께서 울면서 시퍼렇게 멍든 제 엉덩이에 안티푸라민을 발라주던 기억이 납니다.
이러한 체벌이 완전히 추방된 것에 대하여 저는 그런 면에서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촌지가 근절된 것도 찬성합니다. 다만 학교폭력의 1차적 지도와 조사를 할 선생님들의 권한만큼은 남겨뒀어야 합니다. 지금은 사이버 학교폭력을 조사하던 선생님이 학생의 스마트폰을 조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선생님이 아동학대로 고소당해 수사를 받고, 친구의 뺨을 때린 학생을 교장선생님에게 보내 지도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로 고소당해 수사받고, 또 민원에 시달리다 선생님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그런 세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의 학교를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속 세계나 국가가 소멸되어 내전에 빠진 소말리아와 같은 무정부 상태라고 봅니다. 이러한 무정부 상태에서는 결국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까워질 수 밖에 없고 오직 힘의 논리만이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힘의 논리만이 작용하는 학교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평범한 학생들과 약한 학생들입니다.
아동의 인권을 지킨다는 사람들이 아동의 인권을 극단적으로 지키려고 제도를 만든 결과 역설적으로 가해 아동의 인권만 지키고 피해 아동은 어디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게 만드는 세상을 만든 것이지요.
법의 균형을 상실한 것. 법과 제도에 대한 맹목적 증오로 대안도 없이 권위와 권한을 전면 해체시킨 것. 제도에 대한 악의가 역설적으로 약자들부터 무너뜨리는 것.
현재의 학교는 정말 많은 지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생각합니다.
@JoR 1. 현재까지는 그런 공간이나 자리가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별개의 문제로 다뤄져 왔지요. 사실 그동안은 명망가들의 학교폭력 사건 위주로 선정적 관심이 이뤄져 왔는데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의 관심과 연구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학교는 약하고 평범한 학생들이 기댈 권위를 모두 해체한 사실상의 무정부상태입니다. 이런 무정부상태에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우니 무법천지의 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이구요. 이러한 무정부상태를 종결시키고 제대로 된 안전망을 만드는 일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2.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일은 분리였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부탁하여 2학기에는 과학고 준비반이란 명목의 분리를 결국 성취해 냈고요. 그후로는 좀 나아졌습니다. 제가 학교폭력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 분리라는 것을 계속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런 경험에서 기인합니다. 사과는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후 저와 그 가해자들의 삶의 경로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서로 만날 일도 없어지는 등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역시 일종의 분리를 통한 해결이라 하겠습니다. 저는 다행히도 사회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완벽한 분리를 통해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런 행운이 모두에게 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이상론적인 치유, 화해, 용서 이런 말보다 최소한 분리는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이 반성도 하지 않는데 치유, 화해, 용서따위 이야기 하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을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개인적 차원에서 매일같이 느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9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때는 교사의 권위가 높다못해 전제적일 정도라 저희는 매일같이 교사의 폭력에 시달렸어요. 막말과 성희롱과 기합과 회초리 등등. 왜 맞고 왜 욕을 먹는지도 모르고 당했죠. 그런데 오히려 그때는 학생 사이의 학교폭력은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 눈에만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학생들이 교사의 폭력을 교육부에 직접 고발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춰지고 휴대폰이 일상적으로 보급되면서 교사들이 소위 '몸사린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어요. 그래서 세상이 그래도 좀 나아지고 있구나 하고 안심했는데 얼마 안돼서 학생들이 반대로 그 제도를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교사를 고발하는 일에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더라고요.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저는 학교폭력이 경쟁 속으로 아이들을 몰아넣는 사회 전체의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학생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교사의 부당한 권위를 제한하는 과정에서 너무 단편적인 규제만을 강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학교폭력을 1차로 예방하고 조정해야 하는 사람이 교사인데 교사의 손발을 묶어버렸으니까요. 불평등한 관계에서 평등한 관계로 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위에 있는 사람이 한발 내려오는 것이 맞겠지만 우리나라는 특히나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를 제거하기 위해서 한쪽을 확 끌어내려버리는 해결책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학교폭력 자체의 처벌기준 등도 변화해야겠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거시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변호사 님은 근본적으로 이 사회의 어떤 점이 바뀌어야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보시는지요.
제 생각은 역시 학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제일 커보입니다. 저 어렸을때는 학교가 작은 사회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안에서 해결이 가능했던 것 같거든요. (물론 법적 해결이 필요한 큰 일이 생겼을 때를 제외하고 말이죠) 왜 언제부터 이렇게 학교의 역할이 작아진거죠? 아님 정말 학교에서 컨트롤이 안될만큼 아이들이 미디어와 환경의 영향으로 악랄해진걸까요?
Q. 글과 답변을 쭉 읽어나가다보니 이 문제는 피해자를 위한 안전망과 교사 분들을 위한 안전망이 함께 작동해야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문제로 느껴집니다. 혹시 이 두 영역이 서로 함께 이야기하고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논의의 공간이나 협업체 등이 있나요?
Q. 변호사님도 학교 폭력 피해를 겪으셨고 그것이 이 일을 시작한 계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조금 개인적인 질문이 될 수 있습니다만(혹 불편하시면 답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변호사님은 가해자의 사과를 받으셨나요? 그리고 당시 변호사님은 일상을 회복하는 데 가장 필요했던 게 무엇이었나요?
에고고 마음이 아프네요ㅠㅠ.. 분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정말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중간 역할을 할 제도나 사람이 필요할 것 같은데, 실제 학교 내에 이런 중재자가 있나요? 만약 있는데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을까요? 어려운 일에 나서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학교에서는 이론 수업에서 학교폭력 이후 가해자와 방관자 피해자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추후에 분리할 필요가 있는지를 주로 논하고 있습니다. 교직 수업인 만큼 교사는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배우고 있고요.
그런데 실제 상황을 잘 모르다보니 이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아 실제 상황을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변호사님께서 보시기에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에게는 각각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여러 사건을 보셨을 때 현재 (변호사님께서 생각하시기에 필요하지만) 학교폭력 대응에 있어서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원인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학생때 당한 학폭의 기억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20대 직장인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기억에서 벗어나기가 너무 힘든데, 따로 도움이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또 학폭에 대한 법이 너무 부실하다고 생각하는데 변호사님이 생각하시는 현실적인 법 제도 개편은 어떤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주변에 피해자 또는 암묵적(?) 가해자인 학생을 둔 부모..의 상황을 많이 보았어요. 대부분 학교의 판단에 따라 진행되더라고요. 변호사를 따로 구하기 어렵고요. 일단 어디에 먼저 연락해서 상담 받는 게 좋을까요? 의외로 부모들이 학교만 믿고 다 기다리는데 어떤 도움을 줘야 하나 곤란할 때가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