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9
감사히 또 꼼꼼히 읽었습니다.
'바깥양반'이라는 호칭 하나에도 그토록 고민하셨다는 것이 존경스럽네요(생각해보니 저는 그냥 '아내'라는 말이 싫어 '와이프'라 부르고 말았습니다). 또 말씀말씀마다 얼마나 세심하고 고민이 깊은 분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습니다. '좋좋소'를 보다가 중단하셨다는 말씀엔 조금 웃으면서도 슬펐습니다. 저는 다 보긴 했는데 저도 중소 정도 규모의 학원에서 일하다보니 보면서 계속 마음 쓰린 것들이 있더라구요 ... (엔딩 너무 최악)
군데군데 제 졸문에 대해 언급하셔서 참 몸 둘 바를 모르겠고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너무 겸손하신 것 같으세요. 저 역시 폐쇄적인 세계에서나 떠들고 있을 뿐 공론장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곤 하는데요, 계민석 님께선 더 많은 ...
'바깥양반'이라는 호칭 하나에도 그토록 고민하셨다는 것이 존경스럽네요(생각해보니 저는 그냥 '아내'라는 말이 싫어 '와이프'라 부르고 말았습니다). 또 말씀말씀마다 얼마나 세심하고 고민이 깊은 분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습니다. '좋좋소'를 보다가 중단하셨다는 말씀엔 조금 웃으면서도 슬펐습니다. 저는 다 보긴 했는데 저도 중소 정도 규모의 학원에서 일하다보니 보면서 계속 마음 쓰린 것들이 있더라구요 ... (엔딩 너무 최악)
군데군데 제 졸문에 대해 언급하셔서 참 몸 둘 바를 모르겠고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너무 겸손하신 것 같으세요. 저 역시 폐쇄적인 세계에서나 떠들고 있을 뿐 공론장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곤 하는데요, 계민석 님께선 더 많은 ...
(2023~) 정의당/청년정의당 대변인
(~2022) 10년 차 사교육 자영업자. 작가가 되고 싶었고, 읽고 쓰며 돈을 벌고 싶었고, 그리하여 결국 사교육업자가 되고 말았다. 주로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과 시험성적을 꾸짖었다.
이거 참, 아무리 생각해도 제 글은 그냥 어쩌다 얻어걸린 것뿐이고 결국 민석님의 오랜 고민이 빚어낸 빛나는 사유인 걸요. 제 글을 완성시킨 건 정작 쓴 사람이 아니라 민석님인 것 같습니다.
저도 짜치는 얘기나 하나 하자면 ... 제가 속해있는 정의당에서 당대표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었지요. 제가 지지했었고 부분적으로 선거운동도 도왔었는데 그 작자가 알고보니 성추행을 저지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세상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건 뭘까, 내가 믿었던 건 뭘까, 이렇게 노력하다보면 세상이 좋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 모든 것이 사실 다 틀렸던 건 아닐까, 나는 이때껏 속고 살았던 거 아닐까 ... 1주일에 한 번 씩은 꼬박꼬박 만나던 당원들과의 모임도 그 이후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뭘 하려고 해도 "이걸 해서 뭐하나"하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구요. 그 때문인진 모르지만 우울증 약도 늘었고, 오후 3시 출근인 사람인데 오후 2시까지는 침대 밖에 나오지도 않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형편없이 지내다보니 ... 와이프가 뭐라도 읽고 쓰라면서 아침마다 절 깨워서 카페에다 앉혀 놓았어요. 할 말이 뭐가 있겠습니까, 처음엔 그냥 요즘 하는 일이라곤 학원 생활밖에 없으니 그 얘기나 써보자, 싶어 조금씩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 주일에 하나씩만 쓰자. 딱 그뿐이었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고 생산성이 있겠습니까. 그저 내 우울증이나 달래려고 썼던 글들일 뿐입니다. 그런데 alookso에서 민석님의 사유와 만나 이처럼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괜히 ... 찡해집니다.
괜히 쉰소리나 했습니다. 위스키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저도 좋아합니다! 주로 라프로익, 라가불린 같은 피트 계열을 즐겨 찾는 편입니다. 언제 위스키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 나눌 수 있다면 그것도 참 즐거운 일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또 감사합니다.
제가 인터뷰때 유난히 재랑님 언급을 많이 했습니다. 기사보다 더요.
제 인터뷰인데 남얘기를 많이 해서 좀 걸러주신거 같긴 합니다.
언급을 많이 한 이유는 재랑님 글을 읽다가 나름 몇년간 고민해왔던 것의 해결의 실마리가 조금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 그냥 너무 좋았다는 얘깁니다.
제가 고민하던 것은 어떻게 상대를 설득하냐..이게 가능은 한거냐 였습니다.
예를 들어 얼룩소에서 백신 불신의 내용이나 정치혐오의 글을 보면 반박하고 싶고 설득하고 싶어지는데요. 영 자신이 없습니다. 제 페북이었으면 아마 조롱하고 비아냥댔을거에요. 소질 있거든요.
얼룩소에서 하려니.. 못하겠더군요. 그때 자각한 것이 실력이 없다. 전문가가 나서줬으면 좋겠다. 얼룩소는 필진 더 많이 섭외하고 그들의 글을 더 노출시켜라. 고작 이런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다 인터뷰 전날 밤, 5살 민주주의 글을 보고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재랑님께서 어떤 노림수를 갖고 그 글을 썼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저는 그냥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어떻게 이리 선명한 가치관을 아무에게도 상처주지 않으면서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게, 또 재밌게 표현할수 있지?
그 경지까지는 못가겠지만 적어도 흉내는 낼 수 있지 않을까? 얼룩커는 안되더라도 최소한 어머니는 설득할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가 당선된 후로 줄곧 고민해왔습니다. 그전엔 내가 믿는 진보만이 정답이고 그걸 모르는 너네는 무식하고 나를 따라라 나의 계몽펀치를 받아라 이자식들아. 이러기만 했었거든요. 그날 이후로 어떻게 상대를 설득하느냐로 줄곧 고민하며 당적도 옮기게 되었습니다. 페미니스트 이슈로 옮긴거 아니라고 굳이 말하.. 아 이런거 굳이 말해야 하나.. 너무 짜치네.. 아무튼 10년 가까운 고민이 조금 해결된거 같아서 살짝 흥분했습니다.
언젠가 이런저런 더 깊은 의견 주고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인터뷰때 유난히 재랑님 언급을 많이 했습니다. 기사보다 더요.
제 인터뷰인데 남얘기를 많이 해서 좀 걸러주신거 같긴 합니다.
언급을 많이 한 이유는 재랑님 글을 읽다가 나름 몇년간 고민해왔던 것의 해결의 실마리가 조금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 그냥 너무 좋았다는 얘깁니다.
제가 고민하던 것은 어떻게 상대를 설득하냐..이게 가능은 한거냐 였습니다.
예를 들어 얼룩소에서 백신 불신의 내용이나 정치혐오의 글을 보면 반박하고 싶고 설득하고 싶어지는데요. 영 자신이 없습니다. 제 페북이었으면 아마 조롱하고 비아냥댔을거에요. 소질 있거든요.
얼룩소에서 하려니.. 못하겠더군요. 그때 자각한 것이 실력이 없다. 전문가가 나서줬으면 좋겠다. 얼룩소는 필진 더 많이 섭외하고 그들의 글을 더 노출시켜라. 고작 이런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다 인터뷰 전날 밤, 5살 민주주의 글을 보고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재랑님께서 어떤 노림수를 갖고 그 글을 썼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저는 그냥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어떻게 이리 선명한 가치관을 아무에게도 상처주지 않으면서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게, 또 재밌게 표현할수 있지?
그 경지까지는 못가겠지만 적어도 흉내는 낼 수 있지 않을까? 얼룩커는 안되더라도 최소한 어머니는 설득할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가 당선된 후로 줄곧 고민해왔습니다. 그전엔 내가 믿는 진보만이 정답이고 그걸 모르는 너네는 무식하고 나를 따라라 나의 계몽펀치를 받아라 이자식들아. 이러기만 했었거든요. 그날 이후로 어떻게 상대를 설득하느냐로 줄곧 고민하며 당적도 옮기게 되었습니다. 페미니스트 이슈로 옮긴거 아니라고 굳이 말하.. 아 이런거 굳이 말해야 하나.. 너무 짜치네.. 아무튼 10년 가까운 고민이 조금 해결된거 같아서 살짝 흥분했습니다.
언젠가 이런저런 더 깊은 의견 주고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거 참, 아무리 생각해도 제 글은 그냥 어쩌다 얻어걸린 것뿐이고 결국 민석님의 오랜 고민이 빚어낸 빛나는 사유인 걸요. 제 글을 완성시킨 건 정작 쓴 사람이 아니라 민석님인 것 같습니다.
저도 짜치는 얘기나 하나 하자면 ... 제가 속해있는 정의당에서 당대표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었지요. 제가 지지했었고 부분적으로 선거운동도 도왔었는데 그 작자가 알고보니 성추행을 저지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세상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건 뭘까, 내가 믿었던 건 뭘까, 이렇게 노력하다보면 세상이 좋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 모든 것이 사실 다 틀렸던 건 아닐까, 나는 이때껏 속고 살았던 거 아닐까 ... 1주일에 한 번 씩은 꼬박꼬박 만나던 당원들과의 모임도 그 이후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뭘 하려고 해도 "이걸 해서 뭐하나"하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구요. 그 때문인진 모르지만 우울증 약도 늘었고, 오후 3시 출근인 사람인데 오후 2시까지는 침대 밖에 나오지도 않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형편없이 지내다보니 ... 와이프가 뭐라도 읽고 쓰라면서 아침마다 절 깨워서 카페에다 앉혀 놓았어요. 할 말이 뭐가 있겠습니까, 처음엔 그냥 요즘 하는 일이라곤 학원 생활밖에 없으니 그 얘기나 써보자, 싶어 조금씩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 주일에 하나씩만 쓰자. 딱 그뿐이었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고 생산성이 있겠습니까. 그저 내 우울증이나 달래려고 썼던 글들일 뿐입니다. 그런데 alookso에서 민석님의 사유와 만나 이처럼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괜히 ... 찡해집니다.
괜히 쉰소리나 했습니다. 위스키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저도 좋아합니다! 주로 라프로익, 라가불린 같은 피트 계열을 즐겨 찾는 편입니다. 언제 위스키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 나눌 수 있다면 그것도 참 즐거운 일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