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뷰] "푸념으로 쓴 '외국인 토픽' 글... 답글이라도 매일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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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alookso는 10주 동안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실험입니다. 그래서 바로 지금, 한국 사회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토픽 44개를 추렸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우리가 함께 찾아낸 질문이 공론장에서 다뤄지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실험 3주차, 한 얼룩커는 프로젝트 alookso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215만명(2020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4.1%에 달하지만, 관련된 토픽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토픽이 없다면 자연스레 외국인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기 힘들겠죠.

겨울이 다가오다 잠깐 주춤했던 17일, alookso 에디터팀은 서울시 어딘가에서 계민석 얼룩커를 만났습니다. 스스로를 '어느 정치권에서도 쳐다봐 주지 않는 다수자'라고 부르는 그의 시선을 alookso에 담고 싶었습니다.
17일 서울 한 카페에서 만난 계민석 얼룩커. 손에 들린 alookso 굿즈는 생각 아미 얼룩커가 만들었다.


-첫 글을 쓸 때를 이야기 해달라.
천관율 에디터 페이스북을 팔로우하고 있다가 <대장동 블루스> 글을 보고 가입했다. 글쓰기를 누르고 보니 온갖 사회적 이슈가 다 있었지만 외국인 토픽이 없더라.
난 alookso가 블로그라고 생각했다. 특별히 공유하지 않으면 노출이 안 되는 줄 알고 관리자들 보라는 식으로 넋두리하듯 썼다. 다음날 얼룩커픽 선정되고, 좋아요 올라가더라. 큰일났다, 빨리 지워야겠다 싶었다. 시스템 전혀 몰라서 에러라고 생각할 즈음, 다음날 한번 더 메일이 오고 에디터픽 선정까지 됐더라. 첫 글 희석시키기 위해 열심히 써 보자, 마음 먹었다. 첫 글이라 지우고 싶고 싶지만 픽까지 됐으니 지우는 게 도리는 아닌 것 같더라.

-아내 분이 일본 사람이라고 하는데 '바깥양반'이라 부르는 이유?
글 초반에는 '아내'라고 썼다. 우선 '집사람'은 틀린 말이라 생각했고, '와이프(wife)'라는 영어를 쓰고 싶진 않았다. 우연히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아내라고 부르는 이유가 PC(정치적 올바름) 때문이냐고 묻더라. 다시 찾아보니 결국 집사람과 같은 뜻이었다. 그 이후 가장 올바른 표현 찾다가 바깥양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스스로 '다문화 가정'이라고 부르는데, 문화 차이는 있는지?
이야기하다 보면 한국의 교육 문화를 다시 보게 된다. 바깥양반은 한국의 청소년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중고등학생은 부 활동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데,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쓸데없는 활동이다. 만화 '슬램덩크'만 봐도 '선수할 것도 아닌데 왜 열심히 해' 이런 식이다.
바깥양반은 자신이 자란 교육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하는데, 한국에선 불가능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둘 다 아이를 가지려 하지 않는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환경 문제가 커서.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 규모별로 차별하지 않나. 난 과거에 휴먼시아 아파트(과거엔 '주공'이라 불리던 공공 임대 아파트) 살았는데 새 입주민은 1~2단지, 기존 원주민은 3단지 살았다. 동선도 안 겹치고 자치회도 따로 있더라. 내 아이를 그런 세상에 살게 하고 싶지 않아, 해도 이건 현실이다. 결국 살 수밖에 없을 테니.
-며칠 전 어린 시절의 가난 이야기도 했는데
그 땐 내가 컴플렉스라고 느꼈던 바보 같은 시기였다. 그래도 우린 계급론까지 가진 않았는데, 학생들 사이에 노스페이스 패딩 열풍을 보며 10년 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생각했다. 요즘 학생들은 옷으로 비교하고 빈부격차를 느끼며 자라고 있구나 싶다. 저는 어릴 때 그 정도까지 느끼진 않았고, 아무렇지 않아 부끄럽지 않으니 어머니께 말씀드리니 어머니가 우시더라.
가난에 대한 기억은 지금의 나를 형성한 주요한 경험이다. 즐거운 추억으로 갖고 있다가, 재랑 얼룩커의 글(가난은 냄새를 풍긴다)를 읽고 머릿속으로 계속 되뇌이다 털어버려야지 하고 쓰니까 진짜 털어지더라.
한편으론 한 선배와 이야기하며 제 어린 시절에 가난했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 분은 시골에서 자랐고 마찬가지로 가난했다. 가난을 대결하고 싶지 않아 넘어갔는데, 그 분은 어릴 때 서울에서 다채로운 문화 겪은 저를 부러워하더라.

-첫 글에서 외국인 혐오에 대해 잠깐 언급했는데?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이유는,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인종 차별주의자인 줄 몰라서다. 마치 미국 영화, 드라마에서 백인들만 사는 행복한 마을로 보인다. 한국은 선진국이라 생각하고 그러니 더 논의해야 한다.
외국인을 두고 하는 말 중에, "여기 돈 벌러 왔다"는 말이 있다. 그게 잘못은 아니지만 말투 속엔 비아냥이 담겼다. 돈 쓰는 게 아니라 돈 벌러 왔다는 뜻이니까. 대기업의 사무직 외국인에겐 절대 그 말을 안 한다. 농축산업계나 중소기업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나 하는 말이지.

-중견기업에 대해 쓰다가 말았는데. (실명의 한계를 느꼈다.)
지금은 중견기업에서 사무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자존감도 잃지 않으려 한다. 근로소득자 중 대기업 종사자가 10% 정도다(2018년 기준 16.9%). 대부분이 중견/중소기업에서 일한다. 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언론에서도 대기업 공채가 늘었다, 줄었다 이런 말만 하지.
alookso에서 실명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다니는 직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엔 부담스럽더라. 그렇다고 익명으로 바꿔서 쓰고 싶진 않다.

-그럼 '좋좋소(중소기업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를 본 적도 있는지.
좋좋소는 공감되는 게 많아서 몇 편 보다가 멈췄다. 퇴근하면 회사를 잊고 싶은데, 좋좋소를 보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 않는다. 공감하며 그걸 느끼는 단계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 중견/중소기업을 다루는 콘텐츠가 많아지길 바라지만, 저는 못 보겠다.
-'안전한 공론장에 비관적'이라는 글이 흥미롭더라.
지금은 alookso에 보상이라는 안전장치 있다. 하지만 온라인이기에 곧 더러운 싸움이 펼쳐질 것 같다고 생각한다. SNS 네임드(유명인)에 대한 반감 있다. 자기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달라지더라. 백신을 거부하거나, 정치 혐오적 내용이 대표적이다.
스스로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지 생각해 봤다. 굳이 그 글들을 지적하거나 반박하지 않고 있지 않나. 제 글들을 잘 살펴보면 안전한 글들이다. 첨예하게 의견 쓰는 사람이 있지만 스스로 그걸 피하고 있다. 저는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섣불리 틀렸다고 말하면 상대방 화만 돋구고 조롱하는 말만 하게 된다.
보상이 없더라도 욕 먹기 싫어서, 싸우기 싫어서 그렇기도 하다. 언젠가 나와 의견을 함께 하는 사람을 모으기 위해 그래야 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재랑 얼룩커의 '5살에게도 허락되는 민주주의' 글 보고 생각이 정리됐다. 글 속에는 수많은 혐오 발언들이 나온다. 재랑 얼룩커는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을 굽히지 않고 표현한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안전한 공론장은 그 분에게 맡기고 나는 떠나야겠다 생각했다.

-그 글에서 어떤 점을 느꼈는지.
사실 난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다. 지난 재보선 때 젊은 세대에게 섭섭하고 쓸쓸한 느낌이 있었다. 난 70년대생이고, 9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86세대가 특성을 흡수해 그대로 하나인 것처럼 묶였다. 스스로에 대해서는 선배들에게 맞아도 후배들은 안 때렸던 세대라고 생각했다. 다시 보니, 군기 잡고 싸구려 양복 입고 축제 맨 앞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뭐라도 하려면 꼰대 소리 듣지만, 상대적으로 경제 성장의 꿀도 못 얻었다. 나도 힘들었는데, 후배들은 더 힘든 상황인 거다.
재랑 얼룩커 님 글을 읽고 보니, 세련되게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우리의 생각이 젊은 세대의 마음에 닿지 않는 건 우리가 모자라서구나, 더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쉽게 '좋아요'를 받을 글은 알지만, 그런 글은 쓰지 않는다고 했는데?
'좋아요'를 쉽게 받는 글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일종의 안전한 공감글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 갈라치는 글이다. 즉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혐오하는 거다. SNS 네임드들을 싫어하는 이유다. 지지층을 모으기 위해 상대방을 욕하기 때문이다.
alookso에서는 조롱과 비아냥을 줄이게 된다. 사실 그건 내 주특기다. 보상이라는 시스템이 사람들을 제어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안전한 이야기만 하는 느낌이랄까. 더 선명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거나, 세련되게 다른 사람의 마음 움직이기도 하지만 저 같은 미성숙한 사람을 제어하는 것 같다. 보상이 없어지면 더 자유로운 이야기가 오가고, 나쁘게 말하면 상처주는 말이 오갈 수도 있지 않을까.

17일 서울에서 alookso 에디터팀이 만난 계민석 얼룩커.
-alookso에서는 효능감을 느끼는지?
무력감과 효능감을 동시에 느낀다. 무력감은, 첫 글이 반응 얻으면서 예전부터 써보고 싶던 주제들을 쓰면서 받았다. 혐오라고 생각하지 않던 것들을 짚고, '한국 사는 외국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주제들이다. 당연히 바깥양반을 위해서다. 당연히 생각하는 담배 모자이크를 표현의 자유와 엮었고, 오징어게임으로 국뽕이 차오르지만 다른 나라를 혐오할 수 있을지를 던져봤다. 하지만 각 잡고 쓰니 큰 반응이 없더라.
반대로 반응이 크면 효능감을 느낀다. 최근엔 저축 관련 글이 그랬다. 모두가 투자를 말하는 시기에 저축이 중요하다고 하니 사람들이 호응해줘서 기뻤다. 사람들이 같이 담배 필 때도 주식, 투자 이야기만 하니까 나 혼자 쓸쓸하다는 생각은 한다. 주식을 좋게 생각하지는 않아서 계속 글 써도 되겠다고 고민하고 있다.

-상금은 어디다 썼는지?
아직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아뒀다. 처음 보상 받고는 감격했다. 그동안 근로소득자로, 회사원으로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톱니바퀴로만 살아 왔는데 보상은 순수하게 제가 만든 것이니까. 일단 저를 위해 쓰겠다는 계획만 있고, 어디에 쓸지는 모르겠다.

-alookso라는 플랫폼에 대한 생각?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론장, 게시판이라는 곳에 굳이 자기 이야기 드러내지 않던 사람들이랄까. 이미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별로라고도 판단했지만,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표현되지 않던 의사를 표현되는 글로 바꾸었구나.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의견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했지만, 저도 모르던 사람들의 의사가 표현되고 있으니 대단해 보인다.
사실 그래서 alookso에선 더 조심하고 함부로 말을 꺼내지 않게 된다. 자연스레 존중하게 되는 느낌이다. 한 마디 툭 던지곤 하는 페이스북과 달리 '내 생각은 이래' 정도만 말하게 된다. 그래서 보상이 끝나면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지금의 alookso에 필요한 점?
지금은 보상 때문인지 다들 자기 글 쓰기 바빠 보인다. 백신 반대하는 글을 반박해주길 바란다. 필진 중에 전문가들도 보이는데, 좋은 글이나 지금 필요한 글들이 더 부각됐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제가 쓰고 싶은 글과 비슷한 종류의 글을 쓰는 천현우 얼룩커 같은 분들이 떠오른다.

-글을 쓰며 변한 점이 있는지?
한 가지 다짐을 했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의 한계를 느낀다. 근거 없는 이야기를 일반화해서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 중견기업 언급도 마찬가지다. 제가 겪은 이야기만 진솔하게 써야지, 거시적인 환경으로 빠지려고 하면 자제하려 한다.
안전한 공론장은 재랑 얼룩커 같은 분에게 맡기고 난 그만 해야지, 마음 먹었다가 다시 도전해볼까 싶다. '매일 50자만 쓰면 된다'고 가볍게 홍보하지만, 저처럼 말 많은 사람은 더 고민하게 된다. 실험이 끝날 때까지 답글이라도 꼭 매일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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