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부풀어 터져도.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8/10
매미소리에 잠이 깼나보다. 7시.
참 부지런하기도 하군. 중얼거리며
평소라면 계속 이불 속에서 밍기적거릴 시간이지만 그냥 벌떡 일어났다. 어제부터 시작한 잔디밭 잡초 제거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잡초 제거. 끝도 없고 이길 수도 없는 싸움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또.
시골에 산다는 건 풀과의 전쟁이라고 보면 된다.
풀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귀곡산장에 사느냐.
제초제를 뿌려 누렇고 시커먼 흉물스런 꼴을 보느냐.
부지런히 뽑느냐.
이 셋 중에 선택해야만 한다. 나는 해마다 세번째를 선택하겠노라 큰소리치고 실행에 옮기고 그리고 늘 작심3일로 끝내고 말았다.

하루 1시간. 아니 30분만 꾸준히 투자를 하면 잔디밭이 저 꼬라지가 되지는 않았을 것을. 내 게으름을 탓하며 다시 잡초 제거에 돌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멀리서 보면 전부 잔디 같아도 가까이 가보면 잡초 투성인데 멀리서 봐도 삐죽삐죽 잡초들이 확연히 눈에 띄니 실상은 어떨지 도저히 두고 게으름만 피우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제 아침, 긴바지 긴소매의 작업복을 입고 마스크를 끼고 목장갑을 꼈다. 잔디밭에 발을 들여놓자 생각보다 사태가 더 심각했다. 잔디보다 잡초가 더 많은, 곧 잡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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