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세계사-<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와 흑백갈등

1989년 4월 20일 오전 1시 30분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으슥한 숲길에서 알몸으로 쓰러져있는 여성이 발견된다. 여성의 이름은 트리샤 메일리Trisha Meili. 예일대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투자회사 솔로몬브러더스에서 일하는 28세의 백인 여성이다. 퇴근 후 매일 밤 센트럴파크에서 조깅을 해왔던 메일리는 전날에도 평소처럼 조깅을 하다가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고 쓰러진 뒤 도로에서 약 100m 떨어진 숲으로 끌려가 구타와 성폭행을 당했다. 범인은 그녀의 옷을 벗겨 알몸인 상태로 방치하고 도망쳤다. 발견됐을 당시 메일리는 두개골 파열 등 몸 곳곳에 큰 상처를 입어 많은 피를 흘린데다가 저체온증으로 인해 의식을 잃고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병원으로 실려간 메일리는 12일 후에야 겨우 의식을 되찾았다. 

드라마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는 아직도 많은 사람의 기억에 생생한 ‘센트럴파크 성폭행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였던 10대 흑인 및 라틴아메리카계 소년 다섯 명에 관한 이야기다. 미국 뉴욕의 빈민가 할렘에 사는 소년들은 끔찍한 성폭행 사건의 공범이 되고, 이 사건은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흑백 인종갈등으로 비화한다.
본론부터 말하면, 다섯 명의 소년은 경찰의 강압에 의한 가짜 진술 외에는 성폭행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었음에도 유죄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각각 6~14년간 복역하던 중 실제 범인이 뒤늦게 자백하고 나서면서 누명을 벗었다. 법정에서 그토록 주장했던 무죄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드라마는 왜 이들이 억울하게 범인으로 낙인이 찍혔는지, 뉴욕 경찰은 왜 강압적인 수사를 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섯 명이 왜 경찰 앞에서 거짓 진술을 했는지 등을 세세히 보여준다. 

2020년 6월, 넷플릭스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Black Lives Matter(BLM)’라는 주제 아래 추천 작품 리스트를 공개했다. BLM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선언했던 넷플릭스는 이 목록에 대해 “인종적 불평등,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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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와 통신사에서 오래 일했으며, 지금은 국제문제를 주로 다루는 프리랜서 언론인 및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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