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백팔미, 108가지 토종쌀의 블랜딩 - 씹는 맛 하나는 기가 막힌 블랜딩

백웅재 · 글짓고 밥짓는 백웅재작가
2024/01/24
지금의 얼터렉티브살롱 자리로 오면서 전기밥솥을 놓고 압력솥이나 기타 매뉴얼로 조정이 가능한 도구로 밥을 짓게 되면서 밥맛에 눈을 뜨기도 했다. 어지간한 소스나 반죽을 자기 손으로 만드는 것이 요리사이듯, 밥도 전기밥솥에 던져놓아선 안 된다는 것, 해보면 참 자명한 사실인데 말이다.
그래서 토종쌀도 내 손으로 하나하나 밥을 지어보고 그 특징을 파악해보자 싶었다.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쌀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 쌀만의 고유한 어떤 점을 알아주는 작업이 당분간 내가 할 일이다.   
우보농장에 처음 방문했을 때 받아온 쌀은 이 108미다. 108가지(혹은 그 이상)의 쌀이 블랜딩된 토종쌀 종합 선물세트. 그런 의미에서 보면 쌀 하나하나마다 이름을 불러주자는 의도에는 잘 안 맞지만, 주실 땐 주신 뜻이 있을 것이니 받은대로 밥을 지어본다.
혼합쌀에 대한 이미지는 물론 좋지 않다. 우리나라 쌀 유통에서 '혼합'은 지역도, 품종도 모르게 뒤섞여버린 쌀을 이야기한다. 고급쌀이라면 이렇게 취급하지 않는다. 마치 보르도의 네고시앙들이 이름 없는 포도밭의 그다지 잘 지어지지 않은 포도들을 사들여서 혼합하는, 그런 느낌인 것이다. 쌀 마케팅을 봐도 브랜드쌀들은 지역과 품종을 앞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보르도에서도 싸구려 포도만 혼합하는 것이 아니다. 유명한 포도밭들도 자기 포도를 기둥으로 삼되 다른 포도밭의 여러가지 포도들을 사들여서 더 좋은 맛을 내기 위한 혼합을 하고 있고, 그것이 양조가의 능력이자 정성이다. 스코틀랜드의 위스키는 또 어떻고(참고로 싱글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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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주로 쌀과 밥과 술 이야기를 합니다. 여행, 블록체인, 양자물리학 등등 별 것을 다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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