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팔 것인가 1-당근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4/05/15


팔 물건이 정해졌다면 어디에 팔지 고민해봐야 한다. 물론 어느 한 곳을 정해놓고 거기서만 팔아야 한다는 법이 있는 건 아니니까 심사숙고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시장의 특성을 알아두면 괜한 고생은 덜할 수 있을 것이다.

1. 당근
중고거래 하면 당근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예전에는 중고 물건을 팔 때 중고나라로 처분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 맞으니 중고나라행’이라는 식으로 표현했지만, 당근마켓이 등장해서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 근거리 직거래 위주로 소개하니 버릴 만한 소액 일상 용품도 쉽게 거래되고, 사기 위험도 줄어든 덕에 매우 많은 사람이 부담없이 쓰게 된 것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전국이 하나의 시장으로 묶이는 게 더 나을 것 같지만, 싸고 좋은 물건이라도 살 때 택배를 거쳐야 하면 귀찮을 뿐더러 불안해져서 내키지 않게 된다. 그런 불안과 걱정이 살 만한 물건을 발견한다는 보상의 순도나 확률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중고 거래를 하는 사람만 하는 남의 일로 만들었다. 이 딜레마를 당근은 ‘애초에 직거래 가능한 범위만 보여주자’로 해결한 셈이다. 덕분에 누구나 당근으로 뭐든지 나누고 거래하는 시대가 열렸고, 빨리 처분해야 할 물건을 싸게 처리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후로 아주 좋은 물건을 당근으로 싸게 구했다는 자랑이 SNS나 입소문을 통해 널리 퍼지며 중고거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고 안 쓰는 물건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자세를 일부 바꾸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당근은 위에 적었듯이 근거리 직거래를 기본으로 하는 장터다. 검색, 표시 범위를 넓히면 상당히 범위가 늘어나긴 하지만 ‘직접 가기엔 귀찮고 택배로 시키긴 좀 억울한’ 거리까지밖에 늘어나지 않는다. 그 탓에 내 동선에서 꼭 직거래로 팔아치워야만 할 이유가 없고 전국민 누구에게 택배로 팔아도 괜찮을 만큼 작은 물건은 당근으로 파는 게 불리할 수 있다. 다만 범위만 따져볼 때 그렇다는 얘기고, 실제로는 당근의 이용자가 워낙 많은 터라 당근으로 안 팔릴 물건이 다른 곳에서 팔리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아마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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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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