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에서 독립한 장애인 극단, 갈 데가 없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5/03
오래 전 보았던 어느 소설이 있다. 한 연인의 이야기였는데, 그들은 무척 가난하였다. 서로를 몹시 사랑했으나 사랑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때는 몹시 추운 겨울, 그것도 러시아가 배경이었던가. 그들이 벽으로 가려진 저들의 보금자리를 찾는 여정이 얼마나 간절하고 처절하였던지 나는 오래도록 그 이야기를 잊지 못하였었다.
 
말하자면 공간의 없음은 인간의 존엄마저 위협한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하여 가져야 할 것 중에는 공간 또한 있는 것이다. 공간이 절실한 건 그저 개인만은 아니다. 극단에게도 공간은 더없이 중요하다. 공간이 있어야 연습을 하고, 연습을 해야만 공연을 올리며, 또 공연을 할라 해도 무대며 객석이 있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 안 되는 예술임을 부정할 수 없는 연극, 또 극단의 사정으로 공간을 구하기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리하여 좋은 연극이 자리잡는 배경에 든든한 후원자의 존재가 빠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
 
복지관에서 밀려난 장애인 극단
▲ 비극을 찾아서 스틸컷 ⓒ 반짝다큐페스티발

여기 설 자리를 위협받는 한 극단이 있다. 그저 평범한 극단이 아니다. 발달장애인 예술단체인 '햇빛촌'으로, 2010년 진해장애인복지관의 재활프로그램으로 시작해 10여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 극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햇빛촌이 어느 날 복지관으로부터 독립하라는 통보를 맞는다.

<비극을 찾아서>는 제2회 반짝다큐페스티발에서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이다. 그건 다큐와 극영화의 경계를 크게 오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다른 영화에선 얼마 보이지 않던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전면에서 다룬 때문이기도 하다. 또 제목에서 느껴지듯 영화가 그 비극성을 감추려 들지 않고 스스로 비극 가운데 특별한 무엇을 꺼내려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영화는 햇빛촌 대표 성재가 독립하라는 통보를 받은 뒤 단원들과 함께 영화를 찍고, 새로 정착할 공간을 알아보는 활동 등을 담았다. 독립하라는 시간은 훅훅 다가오지만 가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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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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