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17분짜리 영화가 말하는 행복, 지루하지 않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2/03
▲ 해피 아워 포스터 ⓒ (주)트리플픽쳐스
 
행복한 시간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거닐던 길 위에서, 그와 주고받던 대화에서, 그 울림 가운데서 모두 행복이 있었다. 나와 상대의 무게가 맞물려 서로를 북돋던 때가 언젠가는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 순간에 행복했음을 지나쳐서야 알았다.

기차가 선로를 내달리면 주변의 풍경이 쉭쉭- 하고 스치며 지나간다. 아무리 애틋해도 그 풍경을 멈춰서 세워놓을 수는 없다. 때로는 그저 흘러가 잡아둘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만 한다.

누군가는 사랑이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이라 반박한다. 눈앞에 지나쳐가는 모든 것을 억지로라도 잡아 세우려는 것, 무리임을 알면서도 손을 뻗으려는 것이야말로 곧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찌 그것만을 사랑이라 할까. 지나가는 것을 그대로 놓아두고서 홀로 남아 감당하는 것도 누군가의 용기이며 사랑일 수 있는 것이다. 서로의 이마에 머리를 대고, 코를 부비고, 뱃속의 소리를 듣던 그 모든 순간들이 사랑이었듯 말이다. 하마구치 류스케가 찍어낸 무려 5시간 17분짜리 영화 <해피 아워>가 말하는 것도 그러한 것이다.
 
▲ 해피 아워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5시간 17분, 초장편 인생영화

영화의 주인공은 30대 후반의 여성들이다. 친구 사이인 아카리(다나카 사치에 분), 사쿠라코(기쿠치 하즈키 분), 후미(미하라 마이코 분), 준(가와무라 리라 분)으로, 저마다 바쁜 가운데서 틈틈이 만나 서로를 북돋는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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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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