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력을 남기며 살자

김형찬
2023/08/14
“그날따라 유난히 몸도 가볍고 운동도 잘 되더라구요. 멈출까 하다가 한 10분쯤 더했나? 다음 날부터 무릎이 시큰거리더니 영 낫질 않네요.”
   
“기분도 좋고 술맛도 좋아서 평소 주량보다 반병쯤 더 마셨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숙취가 빨리 가시질 않네요.”
   
‘조금만 더’ 때문에 탈이 난 환자를 자주 본다. 한 잔만 더! 한 숟가락만 더! 하다가 속에 탈이 나고, 한 게임만 더! 하다가 관절에 무리가 온다. 그런데 이런 분들은 대부분 평소에 운동도 잘하고, 밥도 잘 먹고, 술도 잘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음은 호기롭지만, 몸은 이미 물이 가득 찬 컵과 같아서 한 방울의 물만 더해져도 넘쳐버리는 것이다. 
   
“조금 부족하다 싶을 때 멈추셔야 해요. 내가 가진 역량의 100%를 다 쓰거나 그 이상을 끌어다 쓰면 피로가 쌓이고 몸의 원기를 상합니다. 우리가 이걸로 돈을 버는 프로선수는 아니잖아요? 건강하게 오래 즐기고 싶으시면 80% 정도, 조금 더 하면 좋겠다 싶을 때 멈추시는 게 좋아요.”
   
“무슨 말인 줄은 알겠는데 그럼 재미가 없지.” 
   
“물론 선택이긴 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몰라도 선을 넘는게 반복되다 보면 더 자주 병원 신세를 지셔야 할지도 몰라요.” 
   
환자는 또 다른 핑계를 대고, 나는 또 그것에 답하기를 반복한다. 인생을 맘껏 즐기고 싶은데 건강 때문에 발목을 잡히는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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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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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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