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인간 탐구 -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송진영
송진영 ·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
2023/09/25
이 책은 슬프다. 하지만 슬픔에 과도하게 휩싸이지 않았다.

눈물이 맺혀있는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없듯, 과도하게 슬퍼하면 현실을 직시할 수 없고 그러면 정확히 알겠다는 목표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79년 12월 12일 긴박했던 전투현장으로 조금씩 들어간다. 

혼란의 시기였다. 모든 걸 통제하던 독재자의 죽음. 권력의 공백을 엿본 아귀들의 다툼. 

하지만 승리는 전두환에게 돌아갔다. 

 

교과서에서도 이 정도 사실은 배운다. 그렇지만 왜 전두환이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깊이있게 다루진 않고, 못하기도 한다. 왜 전두환이었을까? 

 

이 책은 이에 대한 탐구서다. 역사책처럼 딱딱한 나열이 이어질 때도 있고, 사회과학서처럼 구조적인 세력 분석을 할 때도 있으며, 문학책처럼 사람들의 마음 속을 묘사하거나 추측할 때도 있는 책이라 이 책은 하나의 범주에 국한할 수 없을 듯 하다. 

 

그렇기에 좋은 책이다. 하나의 틀이 아니라 여러 틀을 통해 역사와 인간을 관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이 학술서는 될 수 없겠지만 말이다. 

 

 

밑줄긋기

p.10

잘못을 저지른 이가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일 경우, 제 잘못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된다. 그의 인격과 삶이 이미 그 자신의 것만이 아니기에, 무엇이 자신의 과오이고, 무엇이 시대 문화적 상황 때문이었는지 따지는 작업은 복잡하고 난해하다. 결국 그가 지도자 자리에서 내려온 뒤에야 재임 동안 했던 일이 무엇인지 감을 잡게 될 텐데, 권좌에서 내려와 있는 상황 또한 집권기에 행했던 일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역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p.23-25

임명장을 받은 탄탄한 체구의 사내에게 될 것 같지 않은 일을 되게 만든 파격의 이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예컨대 1967년 수도경비사령부 대대장이던 시절, 전두환은 대통령 관저인 청와대를 향해 중화기인 박격포 설치를 건의해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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