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좀 그만 먹어!” 아시아에서 곡물 혁명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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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4
쌀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식량이지만, 당뇨병과 기후 변화를 유발하고 있다.
unsplash
인도네시아 전설에 따르면, 쌀이 인도네시아인의 주식이 된 것은 쌀의 여신 데위 스리가 자바 섬의 주민들에게 처음으로 쌀을 하사하면서다. 그녀는 자바 섬의 주민들이 단조로운 맛의 카사바를 주식으로 섭취한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며, 그들에게 푸르고 무성한 논에 벼 모종을 심고 키우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힌두 여신 안나푸르나가, 일본에서는 이나리 신이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쌀은 아시아 지역 전역에 걸쳐 대부분 신(특히 여신)과 관련된 성스러운 기원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쌀이 그러한 신화적 기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벼과 식물인 오리자 사티바(Oryza sativa)의 볍씨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곡물로, 수천 년 동안 아시아 대륙의 주요 식량으로 이용되어 왔다. 아시아에서는 전 세계 쌀의 90%가 생산되며, 소비량 또한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인은 일일 칼로리 섭취량의 4분의 1 이상을 쌀에서 섭취한다. UN은 아시아인이 1인당 연평균 77kg의 쌀을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는 아프리카와 유럽 및 미국인의 1인당 연평균 쌀 소비량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양이다(차트 참조). 수억 명의 아시아 농민들은 쌀 재배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 수는 아주 작은 토지에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세계는 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아시아의 쌀 소비량은 다른 대륙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출처: FAO
전 세계 쌀 수요는 아시아뿐 아니라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쌀의 수확량 증가세는 정체되고 있고 토지, 물, 노동력 등 쌀 생산에 필요한 자원은 점점 더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기후 변화 역시 더욱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지구의 기온 상승은 작물을 시들게 만들고, 홍수 빈도 증가는 작물을 파괴한다. 하지만 쌀 농사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단순히 피해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쌀을 경작하는 논에서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상당량 방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인구가 60% 증가하는데 기여한 쌀은 불안과 위협의 근원이 되고 있다.

쌀 수요 증가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아시아의 인구는 현재의 47억 명에서 2050년 53억 명으로, 아프리카의 인구는 14억 명에서 2050년 25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처푸드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인구 증가로 인해 쌀 수요 또한 3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일본과 한국 등 가장 부유한 아시아 국가에서만 빵과 파스타 등 쌀 이외 곡물로 만든 음식의 소비가 늘어나며 아시아 대륙의 주식인 쌀의 독점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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