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은 얼마나 복잡해져도 되는가? -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관련

노경호
노경호 · 연구자
2023/02/18
조사이아 오버의 <Demopolis: Democracy before Liberalism>이라는 책에는 한 국가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조건 중 하나로 정부의 크기와 복잡성이 제약되어야 한다는 것을 꼽는다. 다음은 인용이다.

과연 ‘정부의 크기와 복잡성’과 ‘민주적 의사 결정 가능성’ 사이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오랜 상식을 뒤집는 것이 가능할까? 관점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즉, 정부의 크기와 복잡성을 민주정에 가해지는 제약 조건이라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반대로 민주정이 정부의 크기와 복잡성에 가해지는 제약 조건이어야 한다고 보면 어떨까? 이런 제약 조건은 입법부의 대표자들이 입법을 하는 형식에 반영될 수 있다(그렇지만 아마 내용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즉, 정부의 크기와 복잡성이 어느 정도 제약되어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상식이 되고 그런 제약이 민주정의 본질적 특성으로 여겨진다면, 시민 집단은 입법의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면서 가장 단순한 형식을 지닌 입법안을 발의하는 대표자에게 보상하려 할 것이다. 반대로 필요 이상의 복잡한 정책 제안을 하는 대표자는 심판받을 것이다. (p.138)

물론 저자의 주장은 '다뤄야 하는 문제의 복잡성'과 '그 복잡성을 지닌 문제를 다루는 방식의 복잡성' 간에 필연적인 관계가 있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면 더 그럴 듯해 질 것이다. 그러나 만약 거기에 필연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복잡성을 지닌 문제를 다루는 방식의 복잡성'이 발생한 이유는 국가를 이끌어가는 공직자들이나 대표자들이 자신들의 일 처리 방식, 즉 정부 운영 방식을 모든 사람들이 간명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밖에는 말할 수가 없다. 왜일까?

그 이유는 민주정이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국민이 주권자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깊이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는 사실 공직자나 대표자들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 민주시민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이다. 직접투표로 대통령을, 국회의원을 뽑는다고 해서 그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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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고대철학과 정치철학을 공부합니다; 번역: <정치철학사>(공역, 도서출판길, 2021), <자유주의 이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23); 신문 <뉴스토마토> 시론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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