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법(3) - 관(官)의 두 얼굴, 착취와 횡포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9/25
일제시대 평안도 평양 지역의 장터 모습. 출처-일제시대 제작된 <반도명소 그림엽서>

시장과 법(3) - 관(官)의 두 얼굴, 착취와 횡포
   
김남천의 「장날」은 “평안도 오래”라는 마을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건의 전말은 살해된 “서두성”이 자신의 아내 “보비”와 농회의 축산기수 “김종칠”의 관계를 의심하여 그를 죽이려다 도리어 자신의 칼에 스스로 찔려 죽게 된 사건임을 알 수 있다. “서두성”의 아내인 “보비”와 “김종칠”간의 불륜에 대한 확신이 “서두성”의 복수심을 자극하는 결정적인 근거로 표현되어 있지만, 불륜의 진실은 법 앞에서 행해진 인물들의 각기 다른 고백과 증언들 때문에 진위를 가려내기 어려울 뿐이다. 이 작품에서 더 중요하게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농회 소속 축산기수와 가난한 농민 사이의 긴장된 갈등 구조이다. 이 작품에는 당시 식민지 농촌 전역에 걸쳐 결성되어 농촌 사회의 지배력이 컸던 ‘조선농회’라는 관제조합이 등장한다. 

축산기수 “김종칠”과 소를 키우며 농사를 짓던 “서두성” 사이의 갈등은 어쩌면 필연적으로 예견된 사태였을지도 모른다. 군청과 농회의 축산기수이자 소의술 노릇을 겸하고 있는 “김종칠”이 농회 사무실에서 농회 서기와 소 시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잠깐 소변을 보러 나간 직후에 “서두성”의 난데없는 습격을 당하는 장면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간도로 떠나기 직전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소’를 처분하기 위해 장에 나선 농민 “서두성”과 마을과 우전을 순회하다 출출하던 차에 냉면을 한 그릇 먹고 여유있게 농회 사무실에 들러 서기와 잡담으로 소일하는 농회 서기 “김종칠” 사이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은 우발적인 사건이라기보다 차라리 농회에 대한 농민들의 응축된 분노를 드러내는 결정적 행위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
김남천의 「장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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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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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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