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시 적어야만 할 내용들 3- 장점 어필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4/08/14


장점 어필

안 쓰는 물건 팔아치우는데 무슨 어필까지 하란 말인가. 이걸로 먹고 살 것도 아니고.......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일반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다. 물건 팔아 치우기도 귀찮고 바쁘고 번거로운 마당에 머리를 써서 이 물건이 이렇게 좋다는 글짓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얼마 없으리라. 그러나 많은 물건을 처분해야 하거나, 빨리 처분해야 할 경우, 혹은 물건을 팔아서 최대한 돈을 회수해야 하는데 잘 되지 않아 속이 영 상한 적이 있다면 장점 어필은 분명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다른 부분이 시원치 않아도 장점이 잘 전해진다면 잠재적 구매자의 마음을 돌리는 한 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옷도 살까말까 고민되는 와중에 어떤 자리에 갈 때 무엇과 매치하면 딱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바뀌곤 하지 않는가.
간단히 예를 생각해봐도, 

‘스마트워치. 흠집 없고 배터리 짱짱합니다. 사진 참조’

보다는

‘스마트워치. 흠집 없고 배터리 짱짱합니다. 20그램으로 가볍고 어떤 복장에든 부담없이 찰 수 있어 유용히 잘 썼습니다.’

가 훨씬 매력적이고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인 “노르웨이의 숲”을 보면 여주인공 미도리가 여행 안내서를 쓰는 아르바이트를 할 때 단순 정보만 쓰지 않고 ‘철새들은 이곳이 변한 뒤에도 오래도록 기억하고 매년 찾아온다’ 같은 감성적 수식을 추가해서 인기를 끌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렇게 한 문장이라도 마음에 와닿는 구석이 있으면 읽는 이를 움직이기도 쉽다. 지갑을 열기도 쉬워지기 마련이고.

(없어도 되는 물건을 욕망하게 만들기 위해선 노력과 진실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도 노련한 매장 주인 혹은 홈쇼핑 쇼호스트처럼 팔 물건의 장점을 드러내며 이 물건이 이래서 좋다고 부지런히 주장해야만 하는데, 문제는 정말로 쇼호스트처럼 상품 장점을 강력하고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순도 100퍼센트의 장사꾼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다수에게 보이도록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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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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