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유 칼럼⑥> ‘굼’자를 사유한 결과 …
2023/10/25
‘굼’자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나는 별로 기분이 안 좋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우리말에서 가장 보기 싫고 듣기 싫은 글자가 바로 이 ‘굼’자입니다.
어디 한 번 볼까요. 국립국어원이 관리하는 ‘표준한국어사전’에는 ‘굼’자로 시작되는 낱말과 속담이 일흔두 개 나옵니다. 세 개 빼고 모두 느릿느릿, 꾸물꾸물, 우물쭈물, 위태위태, 기신기신, 오늘내일 …, 이런 느낌과 연결됩니다. 자세히 보겠습니다.
맨 앞에 ‘굼뉘’가 있고 바로 뒤따라 ‘굼닐거리다’가 나옵니다. ‘굼뉘’는 ‘바람이 안 불 때 치는 큰 파도’입니다. ‘굼닐거리다’는 ‘몸이 자꾸 굽어졌다 일어섰다’하는 동작을 말합니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움직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약해졌거나 병이 든 모습입니다. 아니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몸을 억지로 놀리는 모습이네요. ‘굼뉘’는 ‘굼닐거리다’에서 나온 말 같습니다. 바람의 도움 없이 크게 일렁여야 하는 파도라면 정말 엄청나게 ‘굽어졌다 일어섰다’ 해야 하지 않겠어요?
‘굼닐거리다’에 바로 뒤에 나오는 ‘굼닐다’ ‘굼닐대다’는 ‘굼닐거리다’와 뜻이 같고, 그다음에는 ‘굼드렁타령’이 나오는데, ‘거지가 구걸하면서 부르는 노래’라고 합니다. 들어본 적 없고 가사도 못 찾았지만, ‘굼’자 때문에, 신명 나는 ‘각설이타령’과는 달리 축축 처지는 노래일 것 같습니다.
‘굼드렁타령’ 바로 다음은 ‘굼뜨다 ’입니다. ‘굼뜨다’에서 몇 낱말 건너뛰면 ‘굼벵이’가 나오고 그 뒤에 ‘굼실거리다’ ‘굼적굼적’, ‘굼지럭거리다’ 등 뜻이 비슷한 ‘굼’자 낱말이 죽 이어집니다. 맨 마지막은...
하드리아누스 …, 스미스, 미제스, 하이에크, 자유, 시장경제, 나보코프, 카잔자키스, 카뮈, 쿤데라, 마르케스, 보르헤스, 무질, 브라이슨, 마그리스, 미당, 서정인, 김원우, 안동, 낙동강, 빈, 에든버러, 다뉴브, 겨울 지중해, 석양의 수니언 베이, 비 젖은 오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