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무죄판결에 혹시 놓친 것이 있지 않을까?

엄윤진
엄윤진 · 대안적인 지식을 생산하는 생각공장
2023/02/12



- xxx 불평등에 관해 -

50억 퇴직금 무죄 판결이 우리 정치 제도의 구조적 한계, 혹은 은폐된 거짓을 드러낸 것은 아닐까? 행정부는 예산 편성권의 독점을, 국회는 입법권의 독점을, 그리고 젊은 직원에게 50억 퇴직금이 무죄라는 판단을 내린 사법부는 법의 해석 권한을 독점한다. 예산은 우리가 낸 세금이고, 법은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규칙이다. 그리고 이 법 즉, 공동체의 규칙을 구성원 중 하나가 위반했는지를 판단하는 거다. 법 조항과 그 조항에 대한 해석을 기준으로 말이다. 이 세 가지 공동체의 핵심 권한 즉, 소위 삼권을 소수 엘리트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 우리 정치”란 말하며 많은 토론과 한탄을 하지만 정말이지 이상하게도 이 사실을 누구 하나 언급하지 않는다. 미디어에 나오는 그 많은 변호사 출신 평론가나 작가의 입에서든, 정치학 교수의 입에서든. ‘불평등’하면 자동적으로 ‘경제적’ 불평등만 떠올린다.


자주 놓치고, 심지어는 인지조차 못하는 또 한 유형의 불평등이

바로 이 ‘정치적’ 불평등이다. 내가 낸 세금을 어디에 얼마만큼 쓰라고 말할 권리가 민주시민인 우리에겐 없다. 민주사회의 주인은 바로 우리다. 어떤 주인이 자기 돈을 세금으로 내고, 그 돈의 사용처에 일절 발언권도 없나? 그런데 예산 편성권은 행정부의 고유 권한이란다. 서울대 가려고, 혹은 그에 근접한 랭킹의 대학 가려고 이 편향적인 지식의 타당성을 따지지 않고 외웠다. 우리만 그랬을까? 선생님들도 진도 마치기 바빠 또 그렇게 가르쳤다. 이뿐인가? 공동체의 규칙 제정(입법 과정)에 우린 참여할 권리가 없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규칙을 구성원 중 하나가 위반했는지를 판단할 사고력도 없는 중우(mob)에 우린 속해 있다. 누군가가 우릴 그 무리로 분류해 버렸다. 이런 분류에 저항하는 사람도 거의 보이질 않는다. 중우 정치란 말을 던지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어리석은 무리는 정치에 참여하면 안 된다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 수도 상당하다. 그러면서 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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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철학서인 <거짓 자유>(갈무리, 2019)와 실존주의 관련 책 <좋아서 하는 사람, 좋아 보여서 하는 사람>(도서출판 흔, 2021)을 썼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필진(문화평론가 2023). 개인의 고유성과 공동체란 가치 모두를 중시하는 자유 사회주의자(a liberal socialist)다. 헤겔이 말한 역사의 목적인 모든 이가 자유를 누릴 사회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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