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요금 폭탄이 두렵지 않은 사람들

박재용
박재용 인증된 계정 · 전업 작가입니다.
2023/01/28
가스 요금폭탄이 두렵지 않은 사람들 
   
12월 도시가스 요금폭탄을 맞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언론에서도 내내 화제가 되고 있고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의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하던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한 영향도 있고 또 다른 문제들도 겹쳐서 1년 전에 비해 도시 가스 요금이 30% 이상 오른 결과기도 하고, 11월에 비해 12월에 유난히 추운 날이 많았던 영향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가스요금 상승이 별로 문제가 되질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주 소득이 높은 이들이 아니라 소득이 바닥을 기는 이들입니다. 가령 노숙자들은 이 사태에 별 영향이 없습니다. 거리 노숙자들의 경우도, 시설 노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얼어 죽을 순 있어도, 쓰고 싶어도 난방에 돈 한 푼 쓸 수 없는 사람들이죠. 약 8,000명 정도 됩니다. 
   
또 있습니다. 쪽방에 사는 사람들이죠. 대부분 가스보일러가 아예 없는 집에 삽니다. 하다못해 연탄보일러도 없지요. 온수도 나오지 않습니다. 겨울이면 얼어버리는 수도 하나 있는 집에서 전기장판에 의지해 겉옷을 입고 이불 두 채를 덮고 버팁니다. 가스 요금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약 6,000명 정도 됩니다. 만화방이나 PC방, 찜질방 등 다중이용업소에서 잠을 자는 이들도 있습니다. 얼마나 되는지 추산도 되지 않습니다만 이들도 도시 가스와 무관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정부가 인정한(?) 쪽방은 아니지만 쪽방과 다름없는 곳들이 있습니다. 여인숙이나 지방의 쇠락한 여관, 일터의 일부 공간, 비닐하우스, 판잣집, 농막 등 주택이 아닌 곳에 사는 이들은 약 16만 명 정도 됩니다. 이들 중 한 4만 명 정도는 쪽방과 거의 비슷한 환경에서 삽니다. 방 크기가 2평 정도고 공용 수도와 공용 화장실, 부족한 취사시설, 전기장판 정도가 최선인 난방시설이지요. 저번 겨울에 그런 곳에 있던 캄보디아 이주노동자가 동사한 사건도 있었습니다만 이들 또한 가스 요금이 얼마나 올랐는지 실감할 수 없는 이들이지요....
박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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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곳,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곳에 대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지금은 과학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글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출간된 책으로는 '불평등한 선진국',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통계 이야기',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웰컴 투 사이언스 월드', '과학 VS 과학' 등 20여 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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