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의사, 잊(히)고 싶은 기억을 지웁니다> : 인터넷 세탁소 현장 보고서 by 김호진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8/20

소셜 미디어를 통해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가해자가 특정되기 무섭게 주변 지인과 가족들을 싸잡아 매도하거나 '관상은 과학'이라며 외모 비하를 일삼는 네티즌,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아 클릭수 구걸하기 바쁜 특종 헌터, 기성 언론의 기사를 짜깁기하여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이버 렉카 유튜버. 고통을 성토하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싸구려 이슈 취급하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대중들은 진실이 궁금한 걸까? 아니면 타인의 불행을 소비하며 누군가의 몰락을 지켜보고 싶은 걸까? 21세기 최고의 형벌이자 최악의 인민재판인 '사이버 공개처형'은 사법 체계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알량한 정의감으로 물불 안 가리고 나서는 행위가 피해자에게 도움이 될까?

인간의 기본값은 망각이지만 인터넷 생태계는 그 반대로 돌아간다. 팩트체크 없이 단순히 추측만으로 가해자를 지목하고 온라인상에 박제하는 것은 또 다른 범죄일 뿐, 정의 실현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가해자를 법정에 세우고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무분별한 신상 털이는 멈춰야 한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 합당한 처벌이지, 사적 복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피해 사실이 공표되면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정보를 가려야 한다. 모든 것이 기록되고 유포되는 시대의 딜레마. 어떤 목소리는 기억해야 하지만, 불필요한 관심은 사라져야 한다. 

온라인 평판관리 업체 '산타크루즈 컴퍼니' 대표이자, 국내 1호 디지털 장의사 김호진 님은 법과 윤리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모두가 '잊힐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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