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기 힘든 결정

기며니
기며니 · 내 글이 돈으로 바뀌어야 먹고 살지.
2023/10/13
참 많이도 떨어졌다. 간절히 입사를 바랐던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떨어졌을 땐 회복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몇 달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냈다. 서류전형, 필기시험에 3차까지 이어지는 면접 그리고 마지막 전형은 출퇴근해서 실무 평가를 받는 거였다. 최종 면접까지 네 번의 면접에 두 달 동안의 실무평가를 마치고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지하철 2호선 같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언론고시 준비생들은 매체에 상관없이 문이 열리면 내릴 곳에서 내리듯 때가 되면 합격한다고 했다. 나는 몇 바퀴를 돌아도 잠든 취객처럼 내리질 못하고 있었다.

탈락 후 몇 달이 지난 다음 들은 소식에 따르면 최종 선발된 인원은 회사에서 사전에 조건을 정해놓았다고 한다. 성별을 기준으로는 6명 중 3명은 남자, 3명은 여자였고 나이를 기준으로 4명은 90년대생, 2명은 80년대생이었다고 한다. 합격자 중 일부는 부모님이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유명인이고 회사 경영진과 잘 안다는 이야기도 덧붙여 들었으나 아무리 따져도 결론은 내가 입사에 실패한 사람이라는 거였다.

매일 가장 일찍 출근하고 오전 아이템 회의에서도 칭찬을 여러 번 들었다. 걸으면서도 전화기를 놓지 않았고, 한 번 확인하면 되는 사항을 취재원에게 네댓 번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근무 평가를 해주는 선배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도 들었는데. 지원자 동기들도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 생각했고 나이 어린 친구들이 힘들다고 울 때도 밤늦은 시간까지 술을 사주며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쩌면 술을 마시면 앉은자리에서 잠이 들어버리는 내 술버릇이 문제였을까. 인사팀과의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화장실에서 잠이 들어버렸으니 자기 통제력이 엉망이라는 이유로 최악의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입사 전형이 진행 중인 평가자 주제에 광고주인 대기업이 보낸 자료에 오류를 지적한 게 문제였나. 허위 광고의 여지가 있으며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꼭 알아야 할 부분이 가려져 있었다. 사수 선배에게 광고주 회사 자료의 문제점을 지적했을 때, 선배는 소주 한 잔 하자며...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사람과 세상을 깊이 읽고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전업 작가, 프리랜서 기고가로 살려고 합니다. 모든 제안을 환영합니다.
29
팔로워 13
팔로잉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