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6
정치에 대한 칼럼이 갑자기 3연작이 되었습니다.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급변한 정치 지형'에 대해서 정치학적 해석이 필요함을 느꼈기 때문에 급히 3부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글에서의 핵심은 '다당제를 추구하던 진보정당들의 전략이 어떻게 한계에 봉착했는지, 한국은 왜 다당제에 적합하지 않은지 등을 다룹니다.
비례위성정당은 악의일까 필연이었을까?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은 연동비례제 도입을 적극 주장, 결국 선거제 개편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이에 국민의힘은 '비례위성정당'을 낼 것을 천명했고, 이에 민주당에서는 '민주진보연립 비례위성정당'이라는 다소 복잡한 방법으로 응수함으로써 정의당의 노림수는 현실에서 봉쇄되는 결과에 그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정의당은 '민주당의 비겁함'을 공격하게 되는데, 이는 애초부터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 것임을 당시 국민의힘이 천명한 상황이었기에 민주당 책임론으로 모든 걸 해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국민은 자세한 산법은 몰라도 된다'는 식으로 '우리만 믿으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정의당 지보부의 신뢰 상실 효과가 더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연동비례제의 면면을 보면 이런 결과는 일방의 악의보다는 거의 필연이었음이 드러납니다. 일단 한국은 현제 거의 공고한 양당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민정당계(현 국민의힘) 정당이 의석 합계의 90% 미만을 가져간 적은 거의 없으며, 그나마 이런 비율이 붕되하던 경우는 각 당이 내홍으로 '분당'되었을 때에나 비로소 관측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국민의힘은 원래부터 연동비례제 개편에 반대해 왔습니다. 연동비례제라는 게 결국 자신들이 가진 의석수를 3당에 더 몰아주자는 것에 가까운데, 국민의힘이 그 기득권을 내놓을 이유는 전무했으니까요.
선택을 추론하는 데는 '게임이론'이 매우 적합한 툴입니다. 흔히 '죄수의 딜레마'로 대중에 회자되는 게임이론은 선택의 결과를 경우의 수로 정리해 어떤 것이 합리적 선택인지 추론하고, 그 합리적 선택을 '상대가 알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