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 · 사회심리학 이론을 덕질하고 있습니다.
2023/06/25
본문에 정성호 씨의 말씀이 조금 거슬리는데, "희생하기 싫어한다" 는 얘기는 결국 기성세대가 흔히 말하는 "이기적이어서 애를 안 낳는다" 와 다를 바가 없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내가 가진 것이 100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육아를 위해 10만큼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걸 거부한다면 그건 정말로 자녀를 위해서 자신의 삶을 희생하길 싫어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만일, 육아를 위해서 만약 120만큼을 내놓아야 한다면? 이건 희생을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단순히 그런 막대한 희생을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것만큼 단순하지도 않습니다. 2030세대들은 자녀를 낳고 육아를 하는 데에 있어서 "내가 지금 100 정도 갖고 있는데 애 낳고 기르려면 명확히 120 만큼은 희생해야 해" 라는 '계산' 을 도출하고 비출산을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2030세대들이 "이왕 애를 낳아서 키울 거라면 내가 100 만큼 갖고 있다고 할 때 120 만큼은 쏟아부어야 사람답게 제대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추정' 을 하고 비출산을 선택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은 이기적이기는커녕 도리어 희생정신과 책임의식이 지나치게 강해서 문제가 된 경우입니다. 기성세대라면 흔히 알겠지만 '애는 제가 알아서 크는' 존재입니다. 2030세대로서는 납득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일단 낳아 놓으면 부모의 정서적 돌봄과 물질적 지원이 다소간 부족하더라도 알아서 적응해 가며 성장하는 것이 자녀입니다. 하지만 2030세대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남부럽지 않게 키우는 것조차, 그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 이상의 것을 희생해야 한다고 추정합니다. 그들은 육아 문제에 대해서 너무 이를 꽉 깨물고 있고, 그 결과로 아예 애 낳을 엄두조차 못 내는 겁니다.

이들이 왜 이렇게까지 육아를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막중한 책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문화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데이터에 따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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