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친구, 고양이
2024/04/18
나는 지금도 가끔, 조용히 숲 속으로 사라져 버린 야생의 수고양이 피터를 생각한다. 피터 생각을 하면, 내가 아직 젊고 가난하고 두려운 것을 모르고 대체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던 시절의 일이 떠오른다. 그 당시에 만난 수많은 사람 역시 떠오른다. 그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중 한 사람은 지금도 나의 아내이며, “있잖아, 장롱 서랍을 빼냈으면 제발 제대로 좀 끼워 넣어"하고 저쪽에서 외치고 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문학사상, 1999)
도쿄에서 유학 생활 삼 년 차가 되던 시절, 학교보다 츠타야 이케부쿠로 점과 동네 도서관을 더 자주 드나들곤 했습니다. 적응을 못했다고 말하면 그랬던 것 같고, 아마도 귀국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학교를 다녀도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사후 해석이기에 당시에 어떤 생각으로 학교를 가지 않았는지는 그때의 저만이 알겠지요(당시엔 일기도 잘 쓰지 않아 기록도 없다. 진실은 저 너머에).
어느 날 어김없이 학교를 빼먹고 달콤한 햇빛을 맛보기 위해 도서관 마당 벤치에 앉아 상념에 잠겨 있었습니다. 뒤쪽에서 새끼 고양이가 야옹야옹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출처가 좀체 파악이 되지 않아 요리조리 풀더미를 살펴보고 있자니 지나가던 경비원이 ‘며칠 전부터 들리더군요. 데려가 키워보든지’라고 무심히 말을 던지고 사라졌습니다. 고양이를 찾는 와중에 이미 머릿속에서 여러 시뮬레이션을 돌리던 차였는데, 깔끔하게 허락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수풀 속에서 앙칼진 목소리의 주인공을 발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