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엄마
엄마 · 내가 바라보는 세상
2024/04/12
남편에게서 짐을 빼가라는 답이 왔다.
아무도 없는 아파트에서 주인없는 가구들과 
남이 되어버린 가족들의 체취와 흔적들이 
더이상은 무의미하게 느껴졌을것이다.

30여년간 코로나도 버텨냈던 남편의 자영업은 작년 말, 폐업을 신고했다.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이런 저런 다른 사업을 구상하던 
그는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고 변해버린 현실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아이들은 10대가 되었고 전처럼 손이 많이 가진 않았다.
스스로 씻고 밥을 꺼내먹고 설거지도 할 줄 알았다.
그에게 집에서 살림하라고 권유도 했었다.
성실했던 그였지만, 단 하루도 집에 진득하니 붙어있질 못했다.
아이들 역시 아빠가 집에 있으면 불편해했다.
식사준비와 청소와 빨래, 일, 양육까지 자연스레 내가 떠앉게 되었다.
퇴근하고 저녁준비와 빨래를 하고 
건조기를 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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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곳입니다. 일기쓰기. 견뎌내기 위해 쓰는 사람. 주거임대시설에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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