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자식들 신화정

이윤희 시인
이윤희 시인 · 시민강사/ 시인
2024/06/12
계간 문예감성 23호 2020겨울 

2020 문예감성 신인문학상 수상작

감자 자식들
     신화정

몸에 박힌 노동이 녹아 내린다
마음이 줄곧 감자밭으로 곤두박질친다
매년 '고'씨 밭을 빌려 심은 감자
자식보다 이웃이 최고라던 '고'씨가
작은 아들놈 귀향 소식에
감자밭을 내놓으라 말한다
밭을 앗아가려는 '고'씨에게
빈 소란을 쏟아붓고 난 후
밭에 안 가본 삼주가 일 년보다 길다
이제 곧 소만
감자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어서 꽃을 따줘야 할 텐데....하면서도
낮에는 대숲에서 머위 잎 아래 있거나
저수지 옆 야산고사리와 나란히 누워
멱도 감았다
그러나 해가 넘으면
따라서 방에 들어오는 감자 자식들
너희를 위해 어떤 결심도 할 수 있겠구나
새벽녘, 비가 곤두박질친다
어서 감자밭에 가봐야겠다
여명 속에 숨어 슬그머니 가봐야겠다
혹여 '고'씨 만날라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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