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간다, '오늘의 조작'을 통해 '내일의 실현'을 꾀하는 일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4/02/21
뉴스영화 <총후의 조선>의 한 장면. 후방의 여성들이 전방으로 나가는 군인들을 위해 위문편지를 낭독하고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센닌바리'라는 주머니를 만들고 있다.
프로파간다, '오늘의 조작'을 통해 '내일의 실현'을 꾀하는 일 - 사실이 되길 바라는 뉴스영화의 선전 매커니즘 
   
식민지 조선에서 제작되거나 상영된 뉴스영화는 겉으로 보면 일반적인 뉴스의 형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뉴스 보도물의 형태 혹은 마치 신문 기사처럼 구성돼 중계되고 소개되는 뉴스영화는 관객들에게 당연히 객관적인 결과물인 것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시의 뉴스영화는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 뉴스영화는 그것을 보아야 할, 즉 선동 대상인 식민지 조선인이 처한 조건과 상황과 관련하여 편집과 구성, 내레이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허구로서의 극영화나 멜로드라마가 가미된 일종의 전쟁영화로 육박해갔다. 
   
하즈미: 앞서 뉴스영화는 매월 1편이었습니다만, 그거야말로 문맹자 계발용으로 조선어를 사용할 수 없습니까?
히로카와: 그것은 말보다는 형식의 측면에서, 예를 들면 정오에 묵도를 한다든가, 이번에 조선신궁에서 이러한 의식을 거행했다든가, 혹은 총독이 한 평의 빈터를 이용하여 야채를 재배한다든가 하는 걸 대중에게 보임으로써 모범을 제시하는 게 뉴스의 주된 목적이지요. 일본뉴스의 목적과 다소 다릅니다.(좌담회 「조선영화 신체제 수립을 위해」, <영화순보>, 1941. 10)
   
뉴스영화는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 되었으면 하는 미래의 모습을 모범으로 보여주는 형태로 구성되었다. 특히 식민지 시기 말 조선에서의 뉴스영화는 더욱 그랬다. 내지 일본과 다른 형식으로 조선의 뉴스영화를 별도로 제작해야 한다는 일본 영화 전문가의 지적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프로파간다란 기본적으로 오늘의 조작을 통해 내일의 실현을 꾀하는 일이다. 더구나 전쟁 중인 국가의 프로파간다란 끊임없이 인민에게 노...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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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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