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의 고고인류학 217편 - 2024년 4월 17일 솔로몬 제도의 총선에 대한 전망, 솔로몬 제도, 중국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 전략의 충돌점

알렉세이 정
알렉세이 정 ·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연구교수
2024/06/01
태평양 도서 지역은 2022년 4월 중국 솔로몬 제도 양자 안보 협정(Bilateral security framework agreement, 중·솔 안보협정)의 체결 여파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경쟁으로 인한 새로운 대결의 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영향력 및 군사력 투사가 남중국해를 넘어 태평양 도서 지역까지 확장되면서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은 ‘전략적 놀라움(Strategic surprise)’으로 인식하게 된다. 중국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사업을 진행하면서 동남아시아와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범인도권 국가들을 이용해 인도양으로 확장해갔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태평양 지역으로 그 범위를 확장해갔다. 중국의 빠른 확장세에 놀란 미국은 2022년 9월 태도국 정상들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미국-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US-Pacific Island Country Summit)를 개최하면서 중국의 확대를 방어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기에 부심했다. 2023년 2월 미 국무부는 30년 만에 솔로몬 제도에 대사관을 개설하고 파푸아뉴기니와 국방협력협정(Defense Cooperation Agreement)을 체결하여 인도적 지원과 재난 구호 활동 수행을 위한 파푸아뉴기니 군 역량 강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는 미국의 실질적인 이익이 걸려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국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부랴부랴 결정한 일이기도 했다.
사진 : 인도-태평양 전략에 속한 지역들, 사진출처 : NIKKEI Asia, By SUSUMU KURONUMA, https://asia.nikkei.com/Politics/International-relations/Japan-US-and-Australia-push-back-on-China-s-South-Pacific-expansion

그 동안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해 소홀한 면이 없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많은 전비와 재건 비용을 투자했고 이는 석유가 연결된 중동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미국은 중동 지역에 엄청난 공을 들여 왔었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해 매우 소홀했던 탓에 그 빈 자리를 중국이 치고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은 이제 중동이 문제가 아니라 자국의 실질적인 이익이 걸려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밀려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솔로몬 제도나 파푸아뉴기니 등에 막대한 영향력 행사했던 것은 호주였다. 2017년 8월 호주는 솔로몬 제도 각종 태풍, 홍수, 화산에 대한 자연재해와 각종 보안 위협이 발생하면 호주 경찰과 군인을 솔로몬 제도에 배치할 수 있도록 안보 조약을 체결했었다. 실제로 솔로몬 제도의 환경을 보면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해 있어 지진과 화산, 해일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며 태풍의 영향도 많이 받고 있는 지역이다. 게다가 2000년 6월 8일부터 솔로몬 제도는 내전을 겪었고 공식적으로는 2002년 호주군이 결국 솔로몬 제도에 개입해서 2003년 내전을 끝냈지만 아직도 반군이 남아 있어 치안도 위험한 상태다. 특히 과달카날 섬에 위치한 수도 호니아라(Honiara)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치안 부재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솔로몬 제도는 미국과 호주의 주선으로 대만과 먼저 수교했지만 2010년대 이후부터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2019년 9월 16일 저녁에 대만과 단교하고 21일에 중국과 수교했다. 한편 중국은 꾸준히 군사 현대화와 더불어 제1 도련선(The First Island Chain)에 위치한 남중국해 지역에 대해 대대적인 군사화를 추진했다. 이어 제2 도련선(The Second Island Chain)에 대한 전략 공간 확보를 노리고 있었다. 태평양 도서 지역에서 중국이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게 되면, 중국이 제2 도련선 확보를 통해 태평양과 서반구의 해상 교통로에 대한 접근에 용이하게 된다. 중국이 전략적 거점으로 점찍은 곳이 바로 파푸아뉴기기와 솔로몬 제도이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호주는 솔로몬 제도의 야당 세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보다 사실 호주가 더 급한 상황이다. 만약 솔로몬 제도가 중국의 영향권에 들면 호주의 국경 앞에 중국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중국으로 인해 인도양과 태평양 지역으로의 진출이 방해를 받을 수 있으며 사실상 고립될 수 있기에 호주 입장에서는 굉장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미국과 호주의 지원은 2021년 11월 24일, 대만과의 단교 문제 및 정부의 친중국화에 반대하여 대규모 시위가 발생케 했다. 당시 총리인 마네시 소가바레(Manasseh Sogavare)는 이를 미국과 호주가 반정부 시위를 사주했음을 주장하여 두 국가에 맹비난을 하기도 했다.

마네시 소가바레(Manasseh Sogavare) 솔로몬 총리는 대표적인 친중파다. 이번에 개최되는 총선은 친호주-미국 정당과 친중국 정당의 대결이라 볼 수 있고 현 여당은 친중 정당이다. 소가바레 총리는 2019년 네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한 뒤, 올해 다섯번째 연임을 노리고 있다. 소가바레 총리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환영하여 솔로몬에도 일대일로 사업 유치를 희망했다. 그 정도로 중국 쪽에 치우친 외교 행보를 보였던 인물이다. 소가바레가 친중행보를 보인 이유는 과도한 호주와 미국의 영향력에 탈출하고 영연방에서 탈퇴해 자립형 정부를 세우려는 것이다. 그러려면 중국의 힘이 필요했던 것이고 내전으로 얼룩져 낙후된 솔로몬 제도의 환경을 개선하려 했다. 솔로몬 제도는 키리바시를 제외하면 오세아니아 최빈국으로 1인당 GDP 2023년 IMF 통계 기준으로 2,285달러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의 가나보다도 낮고 케냐, 현재 내전 중인 아이티와 비견되는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과 호주는 솔로몬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공표했지만 이는 말 뿐이었고 솔로몬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주지 못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경찰 병력과 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에만 집중했을 뿐, 솔로몬 제도의 열악안 인프라 개선에는 별 관심도 없었다. 미국은 앞서 말한 것처럼 중동이나 우크라이나에 관심있었기에 솔로몬 제도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과 호주가 솔로몬 제도에 별 관심없이 병력만 지원한 이유는 다분히 중국의 남하를 막기 위해서다. 중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영향력 투사에 대한 경계심으로 이를 이용하려 했을 뿐이다. 그래서 소가바레 총리가 급격히 중국에 관심을 기울게 된 것이다. 그에 맞춰 중국은 솔로몬 제도에게 엄청난 차관과 더불어 인프라 개선을 약속했다. 더불어 중국은 솔로몬 제도에 병력 파견과 해군 기지 건설을 골자로 하는 군사 협정을 추진했고 2022년 4월 19일 안보 협정까지 서명했다. 이 협정으로 인해 솔로몬 제도는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차관을 약속 받고 국가 내 반정부 시위까지 제압할 명분을 갖추게 되었다. 이에 중국과 호주의 마찰이 벌어지거나 중국의 해군 기지 건설이 진행될수록 호주와 솔로몬 제도 간 안보 및 경제 협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추인 미국은 더욱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중이다. 솔로몬 제도에 중국 해군 기지가 설치되면 하와이에 주둔하고 있는 미 태평양 함대에 대한 정보 수집 및 타격까지도 사정거리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3년 7월 소가바레 총리는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미국과 호주, 모두 경악할만한 사건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쓸데없이 관심을 쏟고 있는 그 시간에 남태평양 일대로 파고 들어온 중국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리고 8월 19일 솔로몬 제도는 화웨이의 이동통신 기지국 161개를 설치하기 위해 중국 수출입 은행으로부터 1% 금리로 6,600만 달러(약 875억 원)의 차관을 받아왔다. 그리고 미국 해안경비함의 자국 기항 요청을 처음으로 거절했다. 뒤이어 미국을 포함한 모든 외국 해군 함정의 자국 입항을 잠정 중단하는 등의 확대 조치까지 내놓았다. 그리고 작년 3월 중국의 국영 기업인 중국 토목공정집단(CCECC)이 솔로몬 제도 수도 호니아라에 있는 호니아라 항구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면서 열악한 인프라가 고쳐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다수의 시민들이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그런 상황에서 올해 4월 17일 솔로몬 제도에서 총선이 치뤄진다. 소가바레 총리가 속한 여당은 중국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으며 미국과 호주를 밀어내겠다는 것이고 야당은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과 호주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받아쳤다. 특히 야당은 2022년 소가바레 총리가 중국 정부와 체결한 안보협정의 ‘투명성’을 두고 이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참고로 솔로몬 제도는 의원내각제 정부이며 이번 선거는 정원 50명인 국회의원들을 선출한다. 이후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을 중심으로 의원들이 총리를 선출하게 되어 있다. 

선거를 앞두고 소가바레와 여당의 친중 기조에 대한 야당 대표들의 우려와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급해진 호주는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을 앞세워 총선비용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소가바레 총리는 호주를 비난하면서 경비 지원 의사를 공개한 시점이 매우 부적절했다 주장했다. 더불어 야당 측에서 소가바레 총리가 중국 정부와 체결한 안보협정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고 여기에 호주가 막대한 영향력을 투사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이는 주권 국가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 일갈했다. 그러나 현재 솔로몬 제도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소가바레의 5연임이 거의 확정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야당인 피터 케닐로레아 주니어 연합당 당 대표의 지지율은 겨우 국회 입성하면 다행일 수준으로 가고 있으며 고든 달시 리로 농촌진흥당(시프라) 대표 또한 지지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 그럼에도 변수가 남아 있는 것은 미국과 호주가 간접적으로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 있기 때문이다. 이 선거는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며 태평양 도서지역 진출과 영향력 강화는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는 호주에게 실질적인 안보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행하는 미국에게 있어 막대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영향력에 미국의 남태평양 전략은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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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의 역사학자 고고학자, 인류학자. 역사, 고고, 인류학적으로 다양하게 조사, 연구하기 위해서 역사, 문화적 체험을 중시하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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