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과 상상]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유인원의 플라워 파워
2024/04/06
그런데 영화를 연출한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은 이 모든 이야기를 한꺼번에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일단 <진화의 시작>을 통해 유인원이 지능을 갖게 된 경위, 즉 ‘진화의 시작’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춘다. 영화의 결말을 보게 되면, 인간과 유인원은 각각 편을 갈랐을 뿐이지 본격적인 대립 양상은 차후로 돌려놓는다. 결국 <진화의 시작>은 오리지널 <혹성탈출>과 그 사이에 또 몇 편의 작품을 남겨놓은 셈이다.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은 지능을 갖춘 유인원이 인간과 대립한다는 오리지널의 설정을 느슨하게 가져오되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진화의 시작>을 구성했다. 인간의 폭력적인 문명에 반발한 유인원들이 그들만의 제국인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이에 대해 <진화의 시작>과 <혹성탈출>은 전혀 다른 영화라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의견을 달리하는 편이다. 문명을 대표하는 인간과 자연을 대표하는 유인원이 편을 나누는 결말을 보면서 <진화의 시작>이 <혹성탈출>이 보여줬던 세계관을 충실하게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인간vs유인원, 문명vs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