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상사) 18. 양주 – 은자의 사상

이선우
이선우 · 인.생.이.모.작.@->---
2022/12/29
이미지 출처: 본인 제작

오늘은 공자, 묵자와 함께 전국시대 사상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던 양주(楊朱)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한나라 때의 서적인 『회남자』「범론훈」편에서는 춘추전국의 사상사를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거문고를 켜며 노래하고 북을 치며 춤을 추는 것으로 음악을 하고, 빙빙 돌며 읍양(揖讓)하는 것으로 예를 닦고, 장사를 후하게 지내고 오래도록 상복을 입는 것으로 죽은 사람을 보내는 것은 공자가 세운 바인데 묵자가 비판했다.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고 현명한 이를 추대하며 귀신을 돕고 인간에게 숙명이 있음을 비판하는 것은 묵자가 세운 바인데 양주가 비판하였다. 본성을 보존하고 진리를 지키며 외물로 하여금 자신의 형체를 왜곡시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양주가 세운 바인데 맹자가 비난하였다.
夫弦歌鼓舞以爲樂,盤旋揖讓以修禮,厚葬久喪以送死,孔子之所立也,而墨子非之。兼愛尚賢,右鬼非命,墨子之所立也,而楊子非之。全性保真,不以物累形,楊子之所立也,而孟子非之。(『회남자』「범론훈(氾論訓)」中)
 
양주는 따로 저술을 남기지도 않았고 행적에 대한 기록도 없습니다만, 다른 기록 속에는 양주의 설이 당시에 매우 유행했다는 이야기가 여러 곳에 등장합니다. 공자가 시대의 변화에 대하여 보수적인 반응을 보였던 인물이고, 묵자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보고자 했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면, 양주는 혼란한 시대를 회피하고자 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어떤 위기나 변화가 닥쳤을 때 보수적인 반응을 보이고 지나간 세월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옳든 그르든지 간에 변화를 꾀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문제를 회피하고 숨어버리는 경우도 있지요. 이런 사람들이 비겁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단순한 사회 변화를 넘어서서 그 변화나 혼란으로 인해 죽음에 대한 공포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렸다면 이런 회피가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사회 혼란을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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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사(중국철학) 석사. 박사 준비중. 다각도로 광범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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