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이 왜곡한 역사11] 무신 정권의 최후

박일환
박일환 · 시인, 저술가, 국어사전 탐방자.
2024/05/29
고려 중기에 문신들에 비해 홀대받던 무신들이 난을 일으켜 권력을 잡고 오래도록 이어갔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다. 무신 정권의 절정기는 최씨 일가가 집권하던 시절이었으며, 최충헌(崔忠獻), 최우(崔瑀), 최항(崔沆)에 이어 최의(崔竩)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다른 세 명은 모두 국어사전에 이름을 올렸는데, 최의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람의 풀이에 이름이 보인다.
무신 정권 계보도-나무위키
¶김원준(金元俊): 고려 시대의 문신(?~?). 고종 45년(1258)에 유치(柳 치) 등과 함께 최의(崔竩)의 무신 정권을 타도하여 왕권을 회복하고 추밀원 부사가 되었다. 덕망이 높았으나 강윤소(康允紹), 임연의 탄핵으로 잡혀 죽었다.(표준국어대사전)
   
그런데 이상하게 고려 시대를 다룬 사서에는 김원준이라는 이름이 안 보인다. 대신 다른 이름 하나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다. 
   
¶김준(金俊): 고려 시대의 무신(?~1268). 초명은 인준(仁俊). 고종 45년(1258)에 최의(崔竩)를 살해함으로써 최씨의 무단 정치를 타도하고 왕권을 회복하였다.
   
김원준과 김준은 같은 사람인가, 다른 사람인가? 이런 질문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데, 이유는 김원준이라는 사람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준의 풀이에 ‘초명은 인준(仁俊)’이라고 나오는데, 김인준을 김원준으로 오인한 게 아닐까 싶다. 더 황당한 건 김원준 풀이에 나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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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등단하여 <귀를 접다> 등 몇 권의 시집을 냈으며, 에세이와 르포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면서 국어사전을 볼 때마다 너무 많은 오류를 발견해서 그런 문제점을 비판한 책을 여러 권 썼다. 영화와 문학의 관계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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