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500년형이 필요할 때

캐스퍼루시아
캐스퍼루시아 · 힐링 한가득
2022/04/04
지난 주 금요일, 학교를 마치고 돌아올 아이를 기다리느라 나는 차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막둥이와 5학년 누나는 항상 1시간 차이가 나서 막둥이는 벌써 센터에 데려다 주고 난 다시 학교 앞 주택가에 주차를 하고 별 수 없이 큰 아이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엄마가 오래 기다릴까 봐 점심도 서둘러 먹는 우리 딸은 정확히 1시 30분이면 차창을 두드리며 반갑게 나를 쳐다보는 아이인데 그날 따라 늦었다.
 
시간을 보니 1시 50분. 종례가 늦어지는 건가... 좀 더 기다렸다. 시계를 보니 2시. 그러고 보니 종례를 먼저 하고 급식실에 가는데? 이런 저런 고민하며... 좀 늦는 거겠지... 하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어느덧 시간이 2시 20분. 마음이 갑자기 초조해졌다. 왜 이렇게 늦는 거지...!! 안되겠다 싶어 차문을 열고 나와 학교 교문으로 달려 들어갔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외부인 출입명부를 써야 하지만 그딴 게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급한 마음에 급식실 앞까지 가서 혹시 아직도 식당에 있는 건지 두리번거리며 살펴 보았다. 없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급하게 핸드폰을 꺼냈지만...전화를 걸 전화번호가 없다.
 
아직 딸아이는 핸드폰이 없다. 핸드폰 있어봤자 유해한 환경만 만들 뿐이라는 내 신념을 강하게 믿고 중학교 입학하면 사주겠노라고 약속한 내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새 학기가 되고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이라서 딸아이 친구 핸드폰 번호도 아는 게 없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얘가 도대체 왜 안 오는거지? 사고가 났나? 그제서야 선생님께 전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전화를 해보니 선생님께서는 오늘 특별한 일은 없었으며 아이들은 모두 평상시처럼 하교를 했다고 했고 오히려 내게 친한 친구가 누군지 물어보셨다. 나는 아직 모른다. 딸이 누구와 친한지.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로 꽁꽁 싸맨 얼굴에다 급식시간에 잠시 얼굴 보는 것도 그나마 말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며 친구를 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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