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공공성 : [살인마 잭의 집](2018)

김터울
김터울 · 연구자, 활동가, 게이/퀴어.
2024/01/30
결국에는 제 작품 안에 들어가 살고 싶어서 죄없는 세상 것들을 평생 착취하며 살아가는 소위 예술가란 인간들을 비트는 영화다. 문제는 거기에 감독 스스로가 포함되고 연루돼있고 영화가 거기에 적극적이고 노골적으로 부역함은 물론, 감독 스스로 그것을 작품이고 예술이고 삶이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의미에서 나에게 삶을 상회하는 예술이란 무의미하다는 것을 가르친 사람이다. 

무삭제판에 기어코 들어간, 아이의 머리에 총탄이 꿰뚫리는 장면과 내연녀의 가슴을 도려내는 씬들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고, 놀라지 않았음을 여기에 쓰는 것도 그다지 큰 자랑은 아니다. 다만 서혜부에서 복부까지 절단된 사진이 실린 산재 사고를 다룬 의학논문들과,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이 있기 불과 몇십년 전 왕정과 군중의 스펙터클을 위해 자행된 고문과 사형의 실례를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죄라면 죄다. 사실 후자의 중세적 스펙터클이야말로 이 영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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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을 묻다』(숨쉬는책공장,2015), 『세상과 은둔 사이』(오월의봄,2021), 『불처벌』(휴머니스트,2022,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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