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와 피아노 #15. 독주와 반주는 "orthogonal"한 완전 다른 차원

ESC
ESC 인증된 계정 ·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2024/03/14
@ soopsci.com
정초부터 3연작을 내리 주행하더니 이번에는 술 이야기인가 싶은 분도 계시려나. 대전제를 망각하면 (연재 꼭지가 쌓인 게 그럴 때도 된 듯하기도 하고) 제목에서 그런 인상이 물씬 들기도 하지만, 당연히 아니다. 게다가 단순히 이분법을 적용했지만 이는 지면과 편의 문제 때문이지, 독주는 독주대로, 반주는 반주대로 파고들어가서 세분하면 또 다양하기가 짝이 없는 세계가 펼쳐진다. [참고로, 상대적으로 생소하게 느끼실 분들도 제법 계실 말이라, 역시 검색 가능하긴 하지만, 간단히 용어에 경험적 설명 하나를 붙이자면, orthogonal한 차원이라는 건 직(각으로)교(차)한다는 뜻인데, 서로 '독립적인' 차원의 일종에 이런 수식어를 붙인다. 그냥 아주 쉬운 예 하나로는, 2차원 좌표평면에서 (수직 교차 관계인) x축과 y축을 떠올리면 된다.]

아무튼, 오히려 술이 아니라 그런 이야기라면 척을 지기 쉬운 교회 속 사연부터 꺼내볼까 한다. 살다 보면 선입견이나 과도한 일반화로 인해, 현실과는 동떨어졌으면서도 꽤 그럴 듯한 질문을 받는 경험을 누구나 조금씩은 하리라. 몸소 겪어본 그런 질문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인데, 그 중 하나가 ‘피아노 오래 쳤으면 반주 잘 하겠네?’ 같은 유형의 질문 내지는 요청이다(또 다른 하나는, 증권사 장기 근속자라는 말에 ‘(주식) 뭐 사면 되나요?’ 같은 반응이다). 요즘은 조금 나은 듯하지만, 교회에서는 반주자가 (정식 예배나 미리 잡힌 공식 연습 시간이 아니라면) 꼭 찾으면 없고 한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생긴 경험인데, 속으로는 ‘피아노 칠 줄 안다고 다 같은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대개는 거절하고는 했다. 적어도 모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건 뻔하기 때문이다.

예외의 경우는, 찬송가나 성가대 악보처럼, 피아노 반주부가 확연히 제공되는 때다. 하지만, 대개는 가사와 선율만 달랑 있어서(코드가 표시되어 있으면 그나마 양반인데, 교회에서는 기타 반주도 많이 쓰이다 보...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과학기술인 시민단체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는 과학적 사고와 합리성이 한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및 문화 활동을 전개하고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동참합니다.
119
팔로워 1.1K
팔로잉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