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나드, 죽은 나의 개의 추억] 벚꽃 엔딩

안치용 인증된 계정 · 작가, 영화평론가, ESG 담당 교수
2024/04/03
찰나의 꿈이었나 보다. 꽃잎 떨궈 보낸 벚나무, 하얗다기보다는 그저 벚꽃 빛깔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그 화사한 색을 벗어버리고 갓 돋아난 여린 잎들의 연녹색으로 새롭게 단장한다. 요란한 사랑은 사위를 떠들썩하게 들었다 놓았지만, 그 사랑이 끝나고 긴 이별이 시작한다. 봄밤에 잠 못 이룰 이유는 세상에 하도 많다.
   
모든 만남은 이별을 예정하지만, 당연한 얘기로 모든 이별에 재회가 기약되지는 않는다. 나이테를 하나 늘리고 나의 개의 배뇨를 밑동으로 350일쯤 견디면 벚나무 세상과 또 사랑에 빠질 텐데, 그 사랑의 시작을 재회로 불러야 할까. 나이가 들면 때로 재회가 사랑보다 더 사랑 같다. 그러나 나이가 적당하게 들면 피해내지 못할 사랑이란 없다고 믿게 된다. 믿음. 우리는 믿음 없는 세월보다는 사랑 없는 세월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ESG연구소장으로 (사)ESG코리아 철학대표, 청년협동조합지속가능바람 이사장으로 활동한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ㆍ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이고,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지냈다. 약 40권의 저역서가 있다.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전 경향신문 기자.
87
팔로워 90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