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처럼 살면 환자가 된다

김형찬
2024/06/12
한의원 문을 열자마자 들어오신 할머니는 밤새 한숨도 못 잤다며 상담을 요청하신다. 평소에도 잘 체하고 깊이 못 주무시는 분이라 오늘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할머니의 눈빛이 불안정한 것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래서 먼저 물 한 잔을 따라 드리고, 천천히 말씀하시라고 했다.
   
“저녁 밥 먹고 여기 저기 채널을 돌리는데, 한의사랑 의사들이 나와서 뇌에 대해서 말을 하더라고. 그런데 거기서 하는 말이 내 증상하고 딱 맞는거야. 그런 사람은 뇌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치매일 수도 있으니까 병원에 가봐야 한 대. 그 말을 듣고 나니까 밤새 머리도 아프고 잠도 안 오고 해서 혼났어~ 아침에 아들한테 전화하니까, 일단 한의원부터 가보라고 해서 왔어.”
   
할머니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힐 것 같다. 차를 한잔 내러 드리고, 혈압도 재 드리고 맥도 봐 드리면서 일단 안심을 시켰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와 그때 병행한 치매 검사 결과를 상기시켜 드렸다. 그제서야 마음을 조금 내려 놓는 듯 하다. 심장을 편하게 하는 침을 놔드리고 한숨 주무시고 가시게 했다.
   
하지만 늘 슬픈 예감은 늘 틀린 적이 없다. 한달 후에 오셔서는 뇌혈관을 촬영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하시며 방긋 웃으며 말씀하신다. 이런 식으로 들어간 돈만 해도 내가 아는 것만 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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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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