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와 '반교', 아픈 역사가 웰메이드 공포로 살아날 때
2024/03/21
※ 이 기사는 영화 '파묘'와 게임 '반교'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따금 비극은 아득히 먼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때로는 과거를 그저 과거로 치부하는 것 대신, 세월이라는 그늘 속에 가려져 있던 흔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
개봉 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자도 얼마 전 그 길을 함께 했다.
영화를 보면서 떠올린 게임이 하나 있다. 2017년 대만의 레드 캔들 게임즈가 출시한 게임 ‘반교(返校)’가 바로 그것이다. 두 작품 모두 공포, 특히 오컬트 장르의 작품으로, 시대와 무대는 다르지만 모두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이야기의 주 소재로 삼는다. 또한 둘을 나란히 놓고 보면 드러나는 편린도 함께 찾을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영화 관람의 재미를 최대한 해치지 않는 선에서,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두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일제강점기와 국민당 치하 계엄기, 두 사건이 남긴 역사적 흔적들
앞서 언급했듯 파묘와 반교의 공통점은 서사의 핵심적인 갈등이 실제 역사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파묘는 단순한 오컬트 영화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이어진 일제강점기라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이야기상으로는 중반을 넘어가서야 그 내막이 드러나지만, 사실 영화 전반에서 이에 대한 암시를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다. 주인공 4명의 이름, 고영근(유해진 役), 김상덕(최민식 役), 윤봉길(이도현 役), 이화림(김고은 役)은 모두 실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이름과 동일하다. 또한 이들의 차량 번호 역시 광복절 내지 3·1 운동을 연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