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이야기 3 :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비싼 월세를 낸다
2023/02/02
이번에는 건물주의 입장에서 쪽방을 한 번 바라보죠. 가로 2미터 세로 6~7미터, 약 3~4평의 공간을 잘라 세 개의 방을 세줍니다. 월세 수입은 약 60만원~70만원 정도죠. 이제 저 쪽방을 개비해서 원룸으로 세를 주겠다고 해봅시다. 일단 가스보일러와 온수배관을 새로 설치해야 하고, 수세식 좌변기와 세면대, 샤워기가 있는 화장실을 만들고, 방 한쪽에는 싱크대가 들어오고 창호를 새로 달고, 벽에 단열시공을 해야겠죠. 그래도 3~4평의 방이니 원룸 중 가장 싼 가격에 세를 놔야 합니다. 아마 30~35만원이 최선이겠죠. 보증금 받아봐야 건물 리모델링 비용에 한참 모자랍니다. 월세는 쪽방일 때보다 절반으로 줄고요.
건물주 입장에서 이만저만 손해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쪽방 건물주는 다른 원룸 건물주에 비해 훨씬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래된 낡은 건물에 유지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단위면적당 엄청 비싼 월세를 받는 겁니다.
쪽방은 우리나라에서 단위면적당 월세가 가장 비쌉니다. 지금 제 집필실로 쓰는 원룸은 가스보일러에 냉장고, 에어컨이 빌트인이고 원룸이라면 있는 수세식 화장실, 세면대, 샤워기가 있는 화장실, 2구짜리 인덕션이 있는 싱크대를 포함해서 대략 5평 정도 됩니다. 저는 전세지만 월세를 내면 대략 35만원 정도라고 하더군요. 1평당 7만원 꼴입니다. 제가 특별히 싼 곳에 사는 게 아니라 광역시의 원룸이 대부분 비슷한 가격대입니다. 1평당 5~8만원 정도죠. 아파트의 경우는 더 싸서 서울시의 경우 평당 임대료는 평균 약 3~4만원 수준입니다.
하지만 창신동 쪽방은 제일 싼 걸로 쳐도 공용 재래식 화장실에 온수는 나오지 않는 공용 수도꼭지 하나, 0.8평의 냉난방은 전혀 되질 않는 방에 살면서 1평당 18만원씩 내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쪽방 사람들이 지불하는 월세는 1평당 15~20만원입니다. 편의 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고, 유지보수도 되질 않는 곳이 멀쩡한 주택 월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