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무선생
율무선생 · 사회는 빛과 그림자의 산물이다
2023/01/18
벌써 2년 전의 일이 되었군요. 제겐 고등학생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 한 명이 있습니다. 그 친구와는 늘 칠판 바로 앞에 앉아서 졸면서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무척 똑똑한 친구였습니다. 공부를 잘해서 기숙사 생활을 해왔죠. 

고등학교 다니면서 친하게 지내다가 20살 되자마자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가끔 잘 지내고 있냐고 연락을 해도 단답형으로 돌아왔죠. 그래서 'A와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싶어 더는 연락하지 않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00아, 잘 지내?"
바리스타로 일할 당시, 저는 질풍노동의 20대 초반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커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카페 경력을 쌓으며 하루에 투잡, 쓰리잡까지 하던 시절이었어요. 돈을 벌게 되어 좋았지만, 막막한 미래가 보였습니다. '내가 원하는 일' 이 무엇인가에 대해 긴밀한 고민을 하던 때에 연락을 끊게 된 고등학교 친구 A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00아, 잘 지내?"

짧은 카톡이었습니다. 저는 그게 반가웠더랬습니다. 한참 근무-집-근무-집 만 반복하던 시절이었으니, 오랜만에 찾아오는 친구의 연락이 무척 반가웠어요. 결국 서로 할 말이 많다며 합정 모 카페에서 만나게 됩니다.

"00이는 신의 존재를 믿니?"
합정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작스레 화제가 전환되었습니다. A는 제게 신의 존재를 믿느냐며 질문해왔습니다.

저는 무신론자에 속합니다. 정말 처절하게 힘들땐 절에 갑니다. 조용히 산 냄새를 맡고, 어두운 공간 속 밝게 비추는 초를 보고 있다보면 '나의 지침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습니다. 뚜렷한 인과도 없이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 있다면 불교였습니다.

리처드 파인만, 칼 세이건의 물리학에 대한 책들을 읽다보면 '단편적인 생각' 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단 생각이 듭니다. 광활한 우주에 먼지 같은 지구에 더 먼지같은 생물들이 살면서 꾸러미를 이루고 있는데, 신이라고 없을까 싶어서 "있지 않을까?" 라고 답하게 되었습니다.

A는 자신이 요즘 집안일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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