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29
잃어버린 만화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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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모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얼마간 열성 쏟으며 뭔가를 끌어모으다가 이내 무관심의 쓰레기통으로 그것들을 직행시키는 얼치기들 말고, 정말이지 기나긴 세월 그 집요한 열정을 삭이지 않고, 소중한 손길로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며, 소중히 거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집광들이죠. 제가 만난 수집광들의 특징 중 하나는 대개 사람들 사이에선 망각의 영역으로 함몰된 구닥다리들에 목숨을 건다는 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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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에서 시사평론지까지, 잡지의 창간호만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국악 음반과 자료들을 발품과 몸품을 들여 모으는 이도 있고, 만화가 현태준씨같은 분은 옛날 어렸을 때 우리가 즐겨 조립하고 풀칠하고 친구들과 그 소유권을 놓고 결투를 벌였던 조립 장난감들, 독일군 레오파드 전차, 달려라 번개호, 미군 셔먼 탱크, 독일 보병, 수륙양용 장갑차, 독일 대전차 군단 등등을 수천 개나 모아 두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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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번개호를 무려 25년만에 다시 조립하면서 제 입에선 놀랍게도 "세계를 주름잡는 용감한 번개호~~~~" 노래가 흘러나왔답니다. 현태준 씨가 신기해하더군요. 그 노래를 어찌 기억하냐고. 저도 신기했습니다. 기억하고 있는 줄조차 몰랐던 옛 노래가 어떻게 불현듯이 목청을 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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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제작 중 제가 만난 가운데 김응수씨라는 분이 있습니다. 직업은 장안평의 골동품상이지만 본업은 그게 아닙니다. 이 분의 본업은 '만화수집가'이시지요. 50년대, 60년대,조금 관심이 떨어지긴 하지만 70년대 (그 이후의 만화는 별로 관심이 없답니다. 참 희한하죠) 어린이들을 울리고 웃겼던 그 누런 종이의 말 풍선들이 그의 자료실엔 수천 권 모여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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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 선생의 라이파이, 신동우 화백의 홍길동, 박기정의 챔피언 등 제가 태어나기 전 만화에서부터, 어렸을 때 만화방에서 어머니에게 귀를 잡혀 끌려가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임창의 땡이 시리즈, 철인 캉타우, 로보트 킹 등등등등...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만화는 그냥 만화일 뿐인데... 만화가 사회의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만화를 없앤다고 하면서 만화가들이 많이 비난을 받았지요.
어찌보면 만화가들이 가장 불쌍한 직업 1위였을 것 같아요.
만화는 그냥 만화일 뿐인데... 만화가 사회의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만화를 없앤다고 하면서 만화가들이 많이 비난을 받았지요.
어찌보면 만화가들이 가장 불쌍한 직업 1위였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