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비스 내의 목록 디자인을 변경하였습니다.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노출되는 목적에 맞게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현재 플랫폼은 기존의 서비스와는 다른 특징들이 있습니다. 최소 50자 제한, 원글처럼 작동하는 답글, 뉴스와 커뮤니티와 SNS 성격의 혼재 등입니다. 이들은 ‘맥락이 드러나고 집단지성이 작동하는 미디어와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선택한 특징입니다.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기능 개선과 메뉴의 분화는, 팀이 얼룩커들과 함께 배우고 개선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목록을 작업하면서 팀은, 어떨 땐 뉴스 같고, 어떨 땐 SNS의 피드 같고, 어떨 땐 커뮤니티의 게시글 같은 글을 표현할 방법이 무얼까를 찾아왔습니다. 최초로 도입했던 디자인은 아마도 뉴스나 블로그에 가까웠을 테고, 지금은 SNS나 커뮤니티에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자세히 살펴보시면 어떤 메뉴에서 보여지느냐에 따라 디자인과 정보 구성이 조금씩 다르기도 합니다.
이 고민은 디자인에만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원글과 답글이 같은 중요도를 갖는 구조와 글 안에 다른 글을 큐레이션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때는, 논의를 여는 글이 제시되면, 짧든 길든 각자의 상황에서 보이는 관점과 접하는 정보가 모이고, 다시 그 정보를 모아 맥락과 핵심을 짚어내는 글이 생산되는 것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글과 글이 모여 맥락이 형성되는 것과 동시에 논의의 단면인 글 하나 하나도 작은 공론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서비스와 달리 답글은 답글 작성자에게 온전히 귀속되는 별도의 글이 되고, 큐레이션은 여러 다른 글을 모아 보여주되 모아온 글들이 돋보이도록 디자인하였습니다. 최소 50자란 제약은 주장과 설명이 담긴 최소한의 단위인 한 문단을 가정한 설계입니다. 플랫폼 구조와 기능에 관한 이런 고민들이, 맥락과 집단지성이란 가치를 지향하는 프로젝트 alookso의 핵심 기틀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메뉴 개편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1년이 채 안 된 프로젝트 alookso는 크게 세 가지 단계를 거쳐 왔습니다. 처음엔 글쓰기 플랫폼으로 보였을 겁니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는 우리 사회의 현안이란 주제를 제시했고, 에디터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플랫폼 기능 준비가 조금 늦어지면서 얼룩커들의 글과 에디터들의 글은 뜨는글에서 경합해야 했고, 순차적으로 뜨는 글을 얼룩커들만의 공간으로 개편한 후에 조금 늦게 오리지널 메뉴를 추가하였습니다. 그리고 투데이는 토픽 개편과 맞물려서 현안을 다룬 글, 주목할만한 글을 선택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투데이를 구성하는 토픽을 매주 변경해가며 주목할 만한 토픽과 토픽별 주목할 만한 글을 선택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얼룩커들은 토픽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점을 다양한 형식으로 쏟아내고, 얼룩커들의 선택을 통해 뜨는 글을 구성합니다. 프로젝트 alookso 팀은 오리지널 탭을 통해서 주요 현안을 제시하고, 프로젝트 alookso 바깥에서 주목할 만한 관점을 섭외하여 논의가 풍부하게 일어나게 만듭니다. 투데이는 이 과정에서 빚어지는 글들 중에서 주목할 만한 글들을 모아냅니다. 메뉴의 구분은 맥락과 집단지성이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역할을 나눠 구분함으로써, 접하기 쉽게 만들기 위한 장치입니다. 또한 얼룩커들이, 에디터의 오리지널이나 외부 기고를 통해 만들어진 글과 불필요한 경합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든 구조이며, 그렇기에 모든 메뉴는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럼에도 프로젝트 alookso가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메뉴를 하나 꼽자면 바로 구독+프로필입니다. 단계적 개선을 준비 중인 디자인에도 가장 중앙에 놓았습니다. "내 홈"으로 개선할 예정(일정 미정)인 이 메뉴는 플랫폼의 슬로건인 "a look at society" 즉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관점을 형성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구체적인 장치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alookso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목표는 바로 여러분들이 스스로의 의견을 표현하는 동시에 다양한 발화자와 발화들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매스, 부족화, 개인화는 인터넷을 통해 추구되었던 여러 미디어 전략입니다. 프로젝트 alookso는 기존의 전략들을 분절화시키지 않고 각 전략의 장점을 뽑아내 통합해내는 공론장이면서도 개인화된 미디어를 지향합니다.
프로젝트 alookso는 또한 안전한 공론장을 지향합니다. 참고로 플랫폼팀은 개발과 운영으로 파트가 나뉘어져 있는데, 플랫폼을 운영하는 구성원이 코드를 작성하는 구성원보다 2배 가량 많습니다. 프로젝트 alookso 팀 전체에서는 글을 쓰는 구성원보다는 적습니다만, 플랫폼팀과 운영파트는 안전한 공론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플랫폼에 올라오는 모든 글을 사실 그대로 읽고, 조롱과 비아냥, 욕설과 혐오를 선제적으로 차단합니다. 자정 과정이 일어날 경우에는 한발 물러나서 잠깐 기다립니다만,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조치를 취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불거진 사건처럼 모든 상황을 방지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공지를 통해, 불편을 느끼셨을 얼룩커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비아냥과 조롱, 인신공격에 얼룩커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플랫폼팀은 지금까지 '글은 짧아도 좋습니다'는 예시를 보여드리려 노력해 왔는데, 이번에는 꽤 길어졌습니다. 프로젝트 alookso 팀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인 조직이고, 앞으로도 다양성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그에 따라 얼룩커들과의 대화의 밀도와 방식도 변화할테고, 기능과 지향의 우선순위도 달라질 겁니다. 여러번 밝혔듯이 플랫폼팀은 플랫폼에 올라오는 모든 글을 다 읽고 있습니다. 플랫폼에 대한 의견 중에, 저희가 기획은 마쳤지만 사정상 하지 못하는 일들을 알려주시는 경우가 꽤 많아서 놀라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하나 하나 읽고 논의하고 있습니다만, 속도든, 우선순위든, 전략이든 여러 이유로 인해 얼룩커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할 때면 저희도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변화하는 alookso를 즐겨주시고 영향을 끼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결국 여러분들이 프로젝트 alookso에 가치를 느끼고, 함께 성장하고 공론을 형성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