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연구비 삭감이 과학기술계에 미칠 영향, 그리고 왜 과학기술계 대응이 모자랐을까?
과학기술 연구비 삭감이 과학기술계에 미칠 영향, 그리고 왜 과학기술계 대응이 모자랐을까?
올해(2024)년 과학기술(R&D) 예산이 작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고, 대부분 분야에서 이 영향을 받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대기환경이나 기후변화 분야는 대부분의 사업이 계획 대비 80~90% 삭감되어 사업과 과제 책임자들이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출연연구소와 과학기술특성화 대학 분들을 만나도 거의 공황상태이고, 어떻게든 새로운 연구 사업을 가져오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에 R&D 예산안에 대해 왜 그런 예산안이 만들어졌을까, 그리고 어떤 영향이 있을 것 같다는 글을 썼었다 (우리나라 2024년 과학기술 예산안 영향, https://alook.so/posts/bWtdWaK; 연구에서 철학의 중요성, 우리는 선도자인가 추격자인가? https://alook.so/posts/G1t9P3P). 이 글에서는 예산이 확정되어 집행되면서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를 나름대로 생각하여 적었다. 그리고 이런 예산안이 나왔을 때 과학기술계에서 이에 대한 대응이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물론 내가 생각한 것 외에도 다른 영향이 많을 것이고, 보이지 않게 대응을 열심히 한 개인과 단체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 과학기술 예산 삭감에 과학기술계에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충격은 외환위기(IMF 사태) 때와 비슷한 정도인 것 같다. 외환위기는 최근 우리나라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변화를 강제한 가장 큰 사건이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간 한국사회의 변화 과정을 연구한 한 보고서에 의하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불안감의 증대와 총체적인 불신의 심화, 계층간 포용성의 감소, 그리고 구조적인 역능성의 감소로 인한 무기력증의 증가 현상”(정진성 등, 2009)이었다. 과학기술계도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 그 때 내가 기억하기로 과학기술계에 충격을 크게 준 사건 둘은 모 재벌 그룹이 중앙연구소를 통째로 폐쇄해서 많은 분들이 실직한 것과,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