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트로 ⑫> 잊히지 않는 사람들 上
2023/11/19
갓난아기였을 때, 어렸을 때 만난 사람과 겪은 일이 그의 인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렇다면 직장인들도 초년생일 때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겪었느냐에 따라 그 직업 종사자로서의 인성이 결정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초보기자로 사건 현장에서 조우한 몇 얼굴이 떠오른다. 유명인, 무명인이 섞여 있다. 내 기자 인성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미친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수십 년 지난 지금 생각나지도 않았을 터. 기억을 더듬어, 제일 오래된 사건과 인물을 순서대로 적어보련다.
#롯데호텔 경비원
#롯데호텔 경비원
기자 생활 4개월째인 1979년 3월 서울 롯데호텔이 문을 열었다. 37층짜리 초고층 첨단 빌딩이었다. 그러나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객실에서 불이 났다. 큰불은 아니어서 금세 꺼졌으나, 장소가 장소인 만큼 가까운 곳에 있던 경찰기자 절반은 달려왔다. 취재도 취재지만 한국 최고의 호텔, 세계 수준의 호텔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니 나처럼 객실 구경도 하고 싶었던 사람도 꽤 있었을 거다. 취재기자들과 사진기자들 사이에 끼어 불난 객실이 있는 층에 올랐는데, 객실에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경비원들이 복도를 막아섰기 때문인데, 그중 한 명이 동료 경비원들을 밀쳐내고 혼자서 씩씩하게 제일 앞으로 뛰쳐나와 기자들과 ‘대치’했다. 장팔사모 한 자루 들고 장판교를 막아섰던 삼국지의 장비라도 된 양 씩씩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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