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고개를 들지 말고 폰을 보라 l 조용하지만 시끄러운
2023/12/11
작은 화면 속에 갇힌 나의 눈동자
지하철보다 버스가 더 좋은 이유는 창밖을 보면서 멍때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종일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사람이기에 퇴근할 때만큼은 눈도 귀도 좀 쉬고 싶은데 몸뚱이도 겨우 우겨넣은 만원 지하철에서 내 두 눈이 갈 곳을 잃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가끔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지 않으면 나름 용기를 내어 누가 앉아있지 않은 곳을 향해 시선을 둬보는데 이내 반대편에 앉은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흘끔흘끔 나를 쳐다보는 통에 고개를 금방 숙여버린다. 그러곤 그닥 궁금하지 않은 내용의 기사들을 클릭하거나 유튜브에 접속해 이곳 저곳 방황한다. 지하철에서는 최대한 서로를 바라보지 말고 폰을 보는 것이 암묵적인 룰인 걸까. 아니면 내가 타인에 시선에 민감한 탓에 느끼는 혼자만의 생각일까.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탓일 수도 있지만 가끔 어르신들이 어떤 악의 없이 나를 가만히 응시할 때 불편한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서로 눈을 마주치지...
시와 소설을 전공했으나 글쓰기 기술은 빈약하고 하고싶은 말만 희미하게 남았어요. 투박하지만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 차곡차곡 담아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