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知)’와 ‘배운다(學)’
2023/05/29
우리가 안다(知)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안다는 것은 존재 혹은 사건에 대하여 어떻게 보고, 어떻게 듣고,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생각하는가, 더 나아가서 존재/사건-판단-생각을 각자의 안에서 얼마나 깊이 체계화하는가에 대한 문제까지 포함하는, 상당히 복잡한 심리 활동입니다. 보고 듣는 것, 판단하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지금 어디를 밟고 서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멀리까지 보이고, 깊은 곳에 들어가면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떨 때엔 아무 일 없이 넘어가지만, 어떨 때는 고깝게 들립니다. 수치를 통해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고차원적인 지식이라고 해도 이런 일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안다는 것은, 이 행위의 주체가 어떤 사회적 조건과 상황 속에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과 자전을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평소에 공전과 자전을 늘 의식하며 살지는 않지요.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잠들며 시간에 맞춰 일을 하고 밥을 먹는 일에 있어, 공전과 자전을 알고 모르고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해가 동쪽으로 떠서 서쪽으로 지고, 해가 질 무렵이면 동쪽에서 달이 뜨고 새벽이 온다는 것을 알 뿐입니다.
누군가가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을 두고 ‘이보슈! 틀린 소리를 하는구려!’, ‘해가 뜨고 지는 게 아니라 지구가 도는 거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