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시위, 대중교통 공공성 복원의 첫 걸음

강남규
강남규 인증된 계정 · 『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2023/01/09
오늘날 한국 사회의 핵심 쟁점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전장(戰場)이 하나 있다면 서울교통공사(서교공)이다. 공공기관 단 한 곳에서 이렇게까지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나 싶을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그 목록들의 상호 연결성이다. 공공기관에서 ‘공공성’이라는 원칙이 무너졌을 때 얼마나 많은 것들이 연달아 무너질 수 있는지를 서교공이 분명하게 보여준다. 다음의 목록들을 보자.


1. 장애인의 시민성과 공동체로서 사회의 해체 문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요구 시위는 더 이상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이슈다. 전장연이 시위를 통해 주장하는 핵심 요구안은 장애인 권리 예산의 실질적 증액이지만, 서교공이 타깃이 된 데는 잘 알려져 있듯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문제가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작년에 이 문제를 정쟁화하며 ’1역사 1동선’이 94% 확보되어 있다는 근거를 들어 전장연 시위를 비판했는데, 저 94%라는 숫자를 바탕으로 공공성의 문제를 깊이 고민해볼 수 있다. 장애인 단체가 지하철역 이동권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20년도 더 된 일이다. 몇 차례 약속이 있었다. 2004년까지 100%(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2022년까지 100%(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하지만 2022년까지 94%였다.
출처 : 연합뉴스

이는 정치권과 공공기관이 장애인의 이동권, 나아가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문제다. 어떤 시민 집단이 지하철역을 온전히 이용할 수 없다는데 선출직 정치인과 공공기관이 ‘아쉽고 미안하지만 좀 기다리라’ 정도로 간단히 무마하고 넘어가도 된다고 믿는 것은 장애인을 ‘2등 시민’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장애인들은 이런 차별을 일상에서 수십년 간 겪어왔다. 이들이 이동권 문제를 단지 ‘6%의 아쉬움’이 아니라 근본적 문제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서교공이 전장연 시위에 대응하는 방식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역사 내 방송을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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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스, 경향신문에 칼럼을 연재했고, 연재한 칼럼을 묶어 『지금은 없는 시민』(한겨레출판)을 냈다. 진보적 담론 확산과 건강한 토론문화 구축을 목표로 하는 '토론의 즐거움'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민의 문제에 대해 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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