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왜 MZ가 아니란 말인가
2023/04/08
‘MZ노조’라는 단어가 언론사의 메인 기사로 등장했을 때, 나는 의아했다. 마치 그동안 없었던 ‘신세대 노조’가, 지금 막 나타난 것처럼 표현하는 편집 방향이 맞지 않아 보여서였다. 그들 스스로도 ‘MZ노조’라는 호칭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이들의 정식 명칭은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이들의 지향점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정치적 색채를 배격하며 ‘노동자들의 권익 신장’을 우선시하는 노조 활동이다. 수직적인 노총-산별-지회 형식의 구조도 구시대적이라며 ‘노총’이 아닌 ‘노동자협의회’로 각 회사별 노조가 협의체를 구성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조에 전임자를 두지 않고 정부 지원금도 받지 않겠다는 것도 레거시 미디어나 정부 당국자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사실 200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라면 이들의 행보가 새삼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비정치’, ‘탈정치’를 내세우고, 학우들의 권익 신장에 몰두하겠다는 ‘비운동권 총학생회’와 그 레토릭이 신기하리만치 유사해서다. ‘어디 이런 말투와 단어들을 가르쳐주는 학원이라도 있나?’ 싶을 정도다.
물론 그 당시에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어용 학생회’라는, 다소 낡은 낙인을 받은 것처럼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도 ‘어용’의 낙인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 학생회도 아니고, 노조도 아닌 취급을 받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그들의 성향이 보수적일 뿐, 그들도 학생이고 노동자다. ‘노동자’라는 단어를 쓰면 모두 진보, 좌파, 빨갱이를 떠올리던 시절은 옛날 얘기다. 다만 그 실체를 ‘비정치’, ‘탈정치’라는 외피로 감추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보수적인 이유도 간단하다. 대기업, 공기업에 사무직이다. 심지어 발대식에 참여한 소속 노동자들이 찍은 기념사진에 남성 비율이 90% 넘는 점도 상징적이다. 40대 이하, 사무직, 고소득,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조합이 보수적이지 않을 리 없다. 그들이 배격한다는 정치투쟁은 흔히 ‘친북’, ‘반일’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