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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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쟁

좋은 핵, 나쁜 핵, 이상한 핵

이종필
2023/05/24
(이 글은 경향신문에 5월18일자로 실린 칼럼을 일부 수정한 글입니다.
원문링크: https://m.khan.co.kr/science/science-general/article/202305182209005#c2b)

미국의 핵무기 개발 계획이었던 맨해튼 프로젝트의 성공은 물리학자가 어떻게 전쟁을 끝내고 인류 역사를 바꿀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극적인 사례였다. 프로젝트의 과학분야 책임자였던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다. 카이 버드와 마틴 셔윈이 써서 2006년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던 오펜하이머 전기의 제목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였다. 미국에 새로운 ‘불’을 가져다 줬으니 오펜하이머의 업적에 가장 어울리는 작명이지 싶다. 이 책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영화 <오펜하이머>의 원작이기도 하다.

물리학자들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긴 했으나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대량살상무기라는 괴물을 세상 밖으로 꺼낸 데 대한 찝찝함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전쟁이 끝난 뒤 오펜하이머는 트루먼 대통령에게 “제 손에 피가 묻어 있는 것 같습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만약 조선의 과학자가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더라면 아마도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듯싶다. 

역사상 유일하게, 그것도 두 차례나 핵 공격을 당하고 패망한 일본은 자신들의 침략행위와 전쟁범죄를 반성하고 사죄하기보다 핵무기의 피해자로 코스프레하는 한편 자기들도 핵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된다. 그 주역은 아베 전 일본 총리의 외조부였던 기시 노부스케였다. 기시는 전시 도조내각의 상공대신까지 지낸 인물로 전후 A급 전범으로 체포되었으나 곧 석방되었고 이후 일본 총리까지 지내게 된다. 그의 동료 각료들 포함 A급 전범 7명은 사형에 처해졌다. 이런 이력이 있으니 기시 입장에서는 일본이 핵무기를 빨리 개발했으면 패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을 것이다. 기시가 원자력에 큰 관심을 가진 것은 스스로도 말했듯이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 평화적 이용뿐만 아니라 무기로서의 이용가능성도 자연스럽게 높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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