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발로도 우리는 낙원에 갈 수 있다고

abyss021
abyss021 · 영화, 문화
2024/03/18
0. 영화보다 앞에 왔을 이름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라는 감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모두 본 것은 아니지만, 그의 작품에서는(특히 각본을 겸했던 작품일수록) 어떤 위화감을 떨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이라는 이름표 때문일까, 유독 그의 영화에서는 캐릭터와 카메라의 거리감이 미묘했다. 선을 넘었다고 확실히 느낀 작품은 <아무도 모른다(2004)>였다. 이와 관련해, 나는 작년(2023년) 한 일본영화 강의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불행을 낭만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그의 영화에 대해 코멘트했고 '그건 아니다'라는 교수님의 답변을 들었다. '경향이 있는 것 같다'라는 조심스러운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나도 도무지 그의 세계를, 혹은 그의 메세지가 작동하는 방식을 단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괴물(2023)>을 통해 그의 메세지와 충돌했던 '카메라와 인물 사이의 거리감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듯하다. 

 물론 이는, <괴물(2023)>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각본이 아니라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논의될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고레에다의 영화가 아니라 사카모토의 영화라고 투덜거릴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능한 각본가를 기용하여 본인의 영화적 세계관을 훌륭하게 확장한 결과는 한 작품의 총괄 감독으로서 칭찬받아 마땅하다. 또한 영화 <괴물(2023)>을 논할 때 결코 빠져서는 안 될 이름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음악을 담당한 사카모토 류이치와 여러 훌륭한 배우들, 제몫을 다해 주셨을 제작진들 역시 이 아름다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1. '괴물 찾기'라는 맥거핀


  제목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이 영화를 보고 '누가 괴물인가?', 혹은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당신이 바로 괴물입니다', 뭐 이런 식의 그럴 듯한 한 문장짜리 리뷰를 남기는 일은 간편하리라. 어쨌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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